대통령실 앞까지 찾아간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 지지"

입력
2022.06.14 19:25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서
"대화 나서라" 정부에 강력 촉구
국제노동기구 개입 요청하기도

“비켜! 비키라고!” “그거 왜 설치하려고 하는 거야?”

14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 ‘국민에게 안전을! 화물노동자에게 권리를’이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내걸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화물연대 파업 지지를 선언하는 촛불문화제를 연 것이다. ‘새 정부 국민 안전 역행 규탄’이란 집회 명칭에서 보듯, 주최 측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분명한 적의를 드러냈다.

민주노총과 경찰의 신경전은 집회 시작 전부터 곳곳에서 감지됐다. 경찰이 전쟁기념관 광장과 인도 사이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려 하자 노조원들이 달려들어 고함을 치는 등 고성이 오갔다.

집회는 퇴근길 교통 체증 등으로 예정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시작됐다. 민주노총 주관 집회치곤 300명이 채 안 되는 등 규모도 비교적 작았다. 이유는 이날 집회가 ‘조건부’인 탓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8일 499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전쟁기념관 앞은 대통령 관저 100m 이내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없는 장소”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시법은 대통령 관저를 집회 금지 장소로 규정하고 있다.

무산되는 듯했던 집회는 전날 서울행정법원이 “대통령 집무실은 집시법이 정한 옥외집회와 시위 금지 장소인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집회 금지 시 헌법상 자유가 침해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민주노총 손을 들어줘 성사됐다.

다만, 법원은 집회에 300명만 참석하도록 제한을 뒀다. 만약 이 기준을 넘겼다면 집회를 제지하려는 경찰과 강행하려는 민주노총의 충돌이 더 거세졌겠지만, 다행히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민주노총 측은 “정부가 화물차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하고, 무관용원칙 적용 등만 되풀이하면서 교섭을 등한시하고 있다”며 대화 테이블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법원의 집회 허용시간을 넘긴 오후 8시 35분쯤 끝났다. 경찰은 오후 8시가 넘어가자 수 차례 경고 방송을 통해 해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측은 참가자 자유발언과 공연 등을 이어갔고, 전쟁기념관 주차장으로 이동해 준비한 촛불 퍼포먼스까지 진행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경찰이 경고 방송만 했을 뿐 강제 해산에 나서지 않으면서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국제노동기구(ILO)의 개입을 요청하는 등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전방위 여론전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10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조합원들이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노동조합 및 단체교섭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파업 돌입 후에는 참가자들을 체포해 ILO 협약에 따른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7일까지 매주 화·목요일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