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난민보호 수용력 189개국 중 119위... 젠더 가이드라인도 없어 [히잡에 가려진 난민]

입력
2022.06.20 09:00
11면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
UNHCR, 난민 관련 젠더 가이드라인 제안 이후 
캐나다 1993년 세계 최초 젠더 가이드라인 발간 
호주는 젠더 박해 여성들에게 특별 비자 지급

한국은 GDP 대비 난민보호 수용력 119위 그쳐

편집자주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입니다. 1992년 한국이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지 올해로 30년. 하지만 긴 시간 동안 난민 인정률은 1퍼센트대에 불과할 정도로, 난민 인정에 인색한 나라입니다. 올해 한국일보 '허스펙티브'는 특별히 '젠더 박해'에 주목합니다. 세계 난민의 날 기획 '히잡에 가려진 난민'은 여성으로 태어나 본국에서 폭력과 억압에 시달리다 한국으로 도망쳐 온 두 여성의 이야기를 '내러티브 저널리즘' 방식으로 담고, 4편의 기사를 통해 한국 사회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화두를 던집니다.

난민 심사 과정에서 종교, 정치, 인종 등 전통적 사유 외에도 성별이나 성적 지향, 성정체성 등 ‘젠더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 국제사회 전반에서 일반적인 견해로 받아들여진다.

1985년 유엔난민기구(UNHCR) 집행위원회는 일찍이 “여성 난민 신청자는 난민 협약의 ‘특정 사회집단’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여성이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사유로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후 UNHCR은 1991년 ‘여성 난민 보호에 관한 지침서’를 발표했고, 각국에 난민 여성 보호를 위한 젠더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등은 난민 심사 과정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도입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지침과 규정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캐나다는 1993년 세계 최초로 ‘젠더 박해를 두려워하는 여성 난민신청자들’이라는 젠더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1999년 공동 유럽난민제도(CEAS)를 도입한 EU는 심각한 형태의 폭력으로 인해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난민 신청자에게는 심리적 지원을 제공함과 동시에 충분한 진술 시간 부여를 명문화했다. 호주는 젠더 박해 여성들에게 ‘위험에 처한 여성 비자’라는 특별한 비자를 주어, 쫓겨날 두려움 없이 체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난민보호 수용력이 189개국 중 119위(UNHCR 발표)에 그치는 한국은 아직 정부 주도의 공식 젠더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상근변호사는 "여성 난민 인정자 대부분은 배우자를 따라와 가족으로 결합된 사례"라며 "여성이 독자적인 젠더 박해 사유로 난민임을 인정받아 정착하기까지는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 참고 문헌

-IOM 이민정책연구원. 난민지위 결정을 위한 ‘젠더 가이드라인’에 대한 국제적 법제 및 사례 연구. 2018년 4월.

-송효진 등. 한국에서의 난민여성의 삶과 인권.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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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에 가려진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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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허스펙티브랩장 herstor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