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뜬다"… 누리호 핵심은 엔진 클러스터링

입력
2022.06.15 16:30
여러 엔진 묶어 더 큰 추력 내는 기술
아폴로11호 등 우주선 초기부터 활용
엔진 사이 비간섭·정밀 제어가 관건

중력을 이기고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선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200톤에 달하는 누리호의 비상을 위해 필요한 힘은 300톤의 추력(推力·물체를 진행방향으로 밀고 나아가는 반작용의 힘)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힘을 내는 엔진을 개발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발사체 개발은 국가 사이 기술 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이고, 특히 이 분야는 다른 부문에 비해 한국의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로 알려져 있다. 독자적 엔진 개발엔 추력에 비례하는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데,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여러 엔진을 한 다발로 묶어 운용하는 클러스터링(clustering)이다.


엔진 클러스터링은 이미 성능이 확인된 엔진의 조합으로 더 높은 추력을 낼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이 단축된다. 구조적으로도 안정적 크기를 유지할 수 있다. 효율성·경제성·신뢰성 측면에서 유리해 우주개발 초기부터 클러스터링은 널리 활용됐다.

미국의 유인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를 싣고 올라간 새턴V도 클러스터링을 활용했다. 700톤 추력 엔진 5기를 묶어 3,400톤이라는 엄청난 추력을 냈다. 소련의 소유스 발사체도 엔진 4기 클러스터링 방식이었다. 현재 스페이스X의 팰콘 발사체는 멀린(Merlin) 엔진의 클러스터링을 활용한다.

이번에 쓰이는 누리호의 주 엔진은 한국이 독자 개발한 75톤급 액체엔진이다. 중대형 액체엔진 개발로는 세계 7번째. 이 엔진은 현재까지 모두 184회(누적 연소기간 1만8,290초) 시험을 거쳐 신뢰성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누리호의 경우 클러스터링이 1단에만 적용됐다. 1단 액체엔진은 75톤 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 방식으로 묶어 300톤의 추력을 내도록 구성했는데, 이 엔진은 초당 1톤이 넘는 산화제와 연료를 태우며 거대한 발사체를 하늘을 향해 고속으로 밀어올리게 된다. 2단 액체엔진으로는 똑같은 75톤 엔진 1기가 쓰인다.

다만 클러스터링은 같은 출력의 엔진을 한 다발에 묶어 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 기술의 관건은 정확한 정렬과 균일한 추진력이다. 균형이 깨지면 발사체가 어느 한 방향으로 기울어 경로를 이탈하게 된다. 엔진 4기가 동시에 불을 뿜으면서도 서로를 간섭하지 않아야 하고, 엔진 추력 오차도 정밀하게 제어돼야 한다. 정교한 설계와 지상 시험이 필수다. 누리호 첫 발사가 지난해 2월에서 10월로 연기된 것도 엔진 클러스터링 관련 문제가 덜 해결됐기 때문이었다.

16일 2차 발사에서도 클러스터링 기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클러스터링은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때에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에서도 클러스터링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발사체는 각각 100톤 엔진 5기, 10톤 엔진 2기를 탑재한 2단형 발사체로 계획됐다.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