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는 아이를 붙잡아 넘어뜨렸다. 위험천만했다. 다행히 아이는 크게 다치진 않았다. 상해 혐의. 벌금 100만 원. 발달장애인 임동균(23·가명)씨가 법원에서 확정받은 형량이다.
그런데 정신 연령 7세 정도에 불과한 '아이' 동균씨에게 조사 때부터 수갑이 채워졌고, 동균씨는 고통스러워했다. 엄마는 검사에게 울부짖었다. “아들이 트라우마로 어떻게 살겠느냐, 차라리 안락사 시켜달라.”
그러나 수갑은 시작에 불과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구치소에 1년을 갇히고, 이어 치료감호소에 1년 6개월을 갇혔다. 포박과 독방 감금도 있었다. 자해는 심해졌고 팔뚝에는 짐승이 할퀴고 간 듯 피 맺힌 상처가 가득했다.
동균씨와 그의 어머니 유명숙(59·가명)씨의 삶은 전쟁이다. 이들이 거주하는 1106호(가칭)를 처음 찾은 건 지난 3월 28일. 인기척이 없어 4월 7일 다시 찾았다. 이번에도 인기척이 없었다. 옆집 1105호(가칭) 문을 두드리고 문의를 하려고 할 때, 1106호의 문이 벌컥 열렸다.
“그렇게 옆집을 번거롭게 하시면 안 되거든요. 안 그래도 저와 아들을 싫어하실 거예요.” 안절부절못하는 명숙씨가 기자들을 맞았고, 한이 맺힌 듯 사연을 풀어 놓았다.
기자들은 사과를 하며 살림이 빽빽하게 들어선 좁은 집으로 들어섰다. 명숙씨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소중한 아들’이라고 저장된 번호, 동균씨였다.
동균씨는 IQ 51 수준, 정신 연령 7세 정도의 중증 자폐성 장애인. 2018년 치료감호소에 들어간 후 지난해 2월 집으로 돌아왔고, 다시 민간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동균씨는 많을 땐 하루 400여 통씩 엄마에게 전화했다. “집에 누가 오셨어, 엄마가 나중에 전화할게.” 명숙씨가 설명을 하고 끊었지만 휴대폰이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울렸다. 아들이 답답해서 수시로 전화를 건단다.
명숙씨와 대화를 나누던 1시간여 시간 동안 총 34차례 더 전화가 왔다. “그래도 엄마가 바쁘다고 하니까 오늘은 많이 안 했네.” 명숙씨는 부재중 전화 목록을 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명숙씨는 이웃의 눈치를 심하게 본다. 집에 거주할 때 아들이 한밤중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복도로 뛰쳐나가 옆집 문을 두드리는 등 소란을 피워서다. 1105호 주민은 동균씨에게 폭행 피해를 당한 적도 있었다.
명숙씨는 직접 경찰을 부른다. 그때마다 경찰로부터 "애를 시설로 보내지 않고 데리고 있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들었다. 명숙씨라고 시설로 보내기 싫은 게 아니었다. 자폐성 장애인을 받아주는 병원·시설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현실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10개월 전 겨우 아들을 받아주는 민간 병원을 찾아 입원시키고 주 3회씩 면회를 다녔다.
그날의 사건도 순식간에 벌어졌다. 동균씨는 2018년 8월 평소 좋아하던 청소도구를 손에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복도를 자주 청소하던 아들이었기에 명숙씨는 즉각 따라나서지 않았다. 단 몇 초 찰나에 동균씨는 복도를 지나 마을버스 정류장 2개 거리를 전력으로 내달렸다. 그리고는 길을 지나던 아동을 넘어뜨렸다.
상해 혐의로 구속돼 서울남부구치소에서 1년간 머무르며 항소·상고심을 거쳤다. 1심 판결 때의 벌금 100만 원형이 유지됐으나, '치료감호에 처한다'는 명에 따라 치료감호소에 수감됐다.
끔찍했다. 우선 서울남부구치소에서 1년간 ‘독방(보호실)’ 생활을 했다. 자폐성 장애인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난동을 부리면 독방에 구금하고 헬멧과 수갑을 채워 뒀다.
명숙씨는 “구치소로 면회를 갔더니 직원 세 명이 아들을 붙잡고 독방에서 나오더라"며 “(당시) 가슴이 미어졌지만 원래 독방으로 보호조치 처분될 정도로 증세가 심각하면 면회도 안 된다기에, 그저 얼굴 볼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괴로워했다. 안 그래도 날씬한 체형이었던 아들은 법원에 출석할 때마다 부쩍 더 말라갔다.
'독방 감금'은 치료감호소에서도 이어졌다. 돌발 행동을 일으킬 때마다 치료감호소 역시 동균씨를 독방에 넣었다. 치료감호소에서 출소한 날, 명숙씨가 아들 몸을 찍어둔 사진에는 희고 멀쩡하던 팔뚝이 상처로 가득해져 있었다. 발톱도 빠지고 새로 나길 반복하며 모양에 변형이 왔다. 출소 이후, 아들은 자다가 불쑥 일어나 소리치곤 했다. "엄마, 죽을 때까지 꽁꽁 묶여 있는 걸 해 봐."
치료감호소에선 면회조차 제대로 못 했다. 명숙씨는 "구치소와 달리 치료감호소는 아들이 독방에 들어가면 면회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에게 물으니 독방에는 ‘여러 번' 들어갔고, 한 번 들어가면 ‘10일 동안'도 있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명숙씨는 “자폐성 장애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치료감호소에서 아들에게 강압적 제재만을 반복했다"며 “그로 인해 자해 증세가 심각해졌다”고 토로했다.
치료감호소 측은 "10일 동안 (독방에) 보호조치 처분받은 사례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보호조치 24시간이 넘으면 전문의 처방에 따라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상 독방 구금 등 입소자 제지에 대해 명확한 내부 규칙이 없다. 치료감호소 측은 이에 대해 "비공개 대상 정보"라며 답변을 꺼렸다.
구치소도 발달장애인 대응 방침이 없다. 동균씨가 구금됐던 서울남부구치소 측은 "발달장애인에 한정해 따로 처우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수형자의 특성을 고려해 적정한 개별 처우를 받도록 조치한다"고 밝혔다.
장애인의 구금 시설 수용 실태에 대해 연구했던 서동명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교도관 등이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잘 알고, 장애인의 권리 구제가 되도록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며 "구치소의 몫으로 미뤄 둬선 해결되지 않으니 발달장애인 전문 기관 등에 위탁해서라도 내부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동균씨는 중·고교 시절 일반 학교에서도 어렵지 않게 적응했다. 중학생일 때는 바이올린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능력이 뛰어나 오케스트라 무대에 오를 정도였다. 같은 학급 친구들은 동균씨에 대해 “(동균이는) 가만히 두면 된다"라고 입 모아 말했고, 평소 동균씨를 살뜰하게 챙겨줬다.
그러던 중학교 3학년 무렵, 사춘기가 되면서 예민한 정도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증상이었지만 명숙씨는 이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고자 각종 대학병원에서 약물 처방을 받았는데, 오히려 약물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 일부 향정신성 약물에는 청소년 및 24세 이하 젊은 성인이 먹으면 위험 행동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있다.
이후 자꾸 사고를 치는 아들을 명숙씨는 그래도 자신이 책임지고자 했다. 1심에서 치료감호 처분이 내려지자, "치료감호소에 수용할 경우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증상이 악화될 것"이라며 "다른 시설에 입소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항소하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실제 2019년 서울고법 판결문에도, 치료감호소에는 자폐장애을 위한 언어치료 및 심리치료 과정이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어머니의 강력한 보호 의지에도 불구하고 그 보호 아래에서 피고인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통한 재범 방지 및 사회복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치료감호소에) 자폐장애를 가진 사람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설 및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치료감호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 하기 어렵다"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명숙씨는 다시 대법원에 상고를 하면서 동균씨를 받아주겠다는 시설을 직접 찾아내 제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대법원도 마찬가지였다. 명숙씨가 "아무리 가난해도 아들을 위해 시설 비용 월 50만 원은 감당할 수 있다"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과를 놓고 보면 당시 법원의 판단은 동균씨를 더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정신연령이 3세 수준인 발달장애인 윤준형(가명·32)씨. 그의 어머니 이순례(가명)씨의 설명은 동균씨 모자 사례와 비슷하다. "아들이 치료감호소에 있을 때 계속 적응을 잘 못했다"고 했다. 순례씨는 "(치료감호소에서) 벽에 계속 머리를 박는 등 자해 행동이 심했는데 퇴소 후 약을 꾸준히 먹여서 요즘은 (자해 행동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조현병으로 인해 치료감호소에 총 세 차례 다녀온 50대 이정석(가명)씨도 “정신적으로 처지는 상황에조차 시간마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며 청소 등 잡일을 끝없이 시켜서 더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는 결국 치료감호소에서 형량을 채운 직후 여러 번 퇴소 의사를 밝힌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행동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행동치료’다. 자폐성 장애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동시에 가진 발달장애인 아들 류인서(20)씨를 둔 복성옥씨는 “백방으로 수소문하다가 서울시 어린이병원 발달장애센터에서 처음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설립 요구 농성을 거듭한 끝에 서울시가 2017년 개소한 곳. 인서씨는 이곳에서 월 150만 원에 치료를 받았다.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시립이라 그나마 싼 편이다. 유명세가 있는 민간 치료는 최고 하루 수백만 원에 이른다.
성옥씨 설명에 따르면 해당 센터에서는 주치의를 포함해 모니터링 담당, 데이터 기록 담당, 치료 담당 등 전문가 5명이 한 팀을 이뤄 행동치료를 진행한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학생이 학습을 회피하려고 공격 행동을 보일 때부터 대응을 달리한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여타 기관에서는 안전을 위해 공격 행동을 강압하는 게 우선이라면, 센터는 행동을 강압하지 않는 대신 목표한 학습을 끝내 완수시키는 데 집중한다. 의료진과 장애인이 다치지 않도록 폭신하게 만들어진 안전한 공간이 보장돼 있음은 물론이다.
학습 목표는 최대한 잘게 나눠 달성이 어렵지 않도록 설계한다. 학생이 작은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칭찬해 주고, 공격 행동으로는 학습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교육시키는 취지다. 이렇게 인서씨가 센터에서 교육을 받던 1년 2개월 동안 성옥씨 역시 의사소통 기술 등 부모 교육을 받았다. 인서씨는 센터에서 교육을 종료하고 3개월째 별다른 공격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비강압 치료' 방식은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조현병 등 정신장애인에 대한 치료 방법으로도 정착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국내 정신병원 중 드물게 비강압 치료를 추구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의 김성수 전 병원장은 “끈으로 묶는 등 행동 강압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오히려 의료진과 본인 모두에게 신체 부상 및 후유증 가능성을 높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개발한 퀄리티라이츠(QualityRights·정신건강 영역에서의 인권 및 회복증진을 위한 서비스 가이드라인)도 급성기 정신적 장애인 치료의 핵심으로 '비강압 치료'를 권장한 바 있다. 김 전 병원장은 “실제로 흥분한 정신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면담 기법을 개발하는 등 비강압 치료를 시행했더니 환자들의 폭력, 부상이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며 “국내 정신병원의 치료 방향성이 ‘비강압'을 지향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치료감호의 눈물
<1>프롤로그: 기자가 마주한 비극
<2>발달장애도 ‘치료’가 되나요
<3>치료받지 못하는 치료감호소
<4>최장 15년, 언제까지 가두나
<5>치료감호 수장이 전하는 현실
<6>출소 후 공백, 누가 채우나
<7>처음부터 방치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