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싱 방지" "식물 정부 안 돼"…윤 대통령까지 가세한 국회법 개정안 논쟁

입력
2022.06.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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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위헌 소지 많다"
여당 "다수당의 '정부완박' 횡포"
발의 땐 국회 공전 장기화할 듯
과거엔 여야 합의로 본회의 통과

정부 행정입법권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정부가 시행령 등을 악용해 국회 법안을 '패싱'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개정안이 '식물 정부'를 만드는 횡포라며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까지 "위헌 소지가 많다"며 가세해 국회법 개정안이 여야 입법전쟁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개정안, 국회의 정부 통제권 강화

윤 대통령은 13일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한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고 본다"며 "시행령 내용이 법률 취지에 반한다면 법률을 구체화한다거나 개정해서 시행령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런 방식이면 모르지만, 시행령은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고 헌법에 정해져 있는 절차와 방식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발의 예정인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부 측이 제출한 시행령, 시행규칙이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소관 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이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현행 국회법상에 따르면 국회는 시행령의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만 할 수 있는데, 개정안은 국회 개입의 폭을 확대하는 셈이다.

과거엔 찬성했던 국힘의 딜레마

여당도 윤 대통령과 한목소리로 개정안을 반대했다. '검수완박'을 밀어붙인 민주당이 이제는 '정부완박(정부 권한 완전 박탈)'을 시도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은 '검수완박'으로 대표되는 입법독재에 대해 이미 지방선거에서 심판을 받았다"며 "새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또다시 냉혹한 평가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국회법 개정안은 예산편성권을 국회로 가져오겠단 주장만큼이나 반헌법적이고,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며 "거대 의석으로 사사건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겠다는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 정부는 대선 승리 직후부터 '시행령 정치'를 여소야대 국정을 타개할 해법으로 꼽아왔다. 실제로 110개 국정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시행령만으로 추진이 가능한 과제들을 우선 선별했다. 야당이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같은 우회로가 막히는 셈이다.

일단 여당의 입장은 국회법 개정 '절대 반대'이지만,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7년 전 같은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찬성한 적이 있어 자칫하면 '내로남불'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어서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을 두고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은 야당과의 합의로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때 평의원이었던 권 원내대표도 찬성표를 던졌다. 권 원내대표 측은 "당시에는 당론으로 법안 처리가 이뤄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회 통과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안은 결국 무산됐다.

헌법상 시행령 심사는 사법부에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만큼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그전에 민주당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바로 위헌 가능성이다. 헌법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에 대한 심사권이 사법부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회가 모든 사안마다 정부 사람들을 국회에 불러들여서 보고받고 결정하면 행정부는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조 의원 발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강행 처리를 시도하는 상황이 오면 여야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면 야당에 또 한번 입법독주 프레임을 씌울 수 있다"면서도 "여야 모두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검수완박' 때처럼 중재안을 우선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직 사수를 위해 원구성의 협상카드로 국회법 개정안을 꺼냈다는 해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법사위원장과 국회법 개정안 저지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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