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박 프레임에 갇힐라"... 민주당 '국회패싱 방지법'에 신중

입력
2022.06.13 19:00
조응천 "2015년 권성동도 찬성한 법안" 응수
지도부 "개인 입법으로 당의 공식 논의 없어"
'검수완박' 입법 강행 후 '발목 잡기' 프레임 우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일명 '국회 패싱 방지법(국회법 개정안)' 발의 예고에 국민의힘이 반발하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입법권 보장'을 위해 여야가 유사한 법안을 합의 처리한 전례가 있음에도, 지방선거 참패 직후라 자칫 행정부에 대한 '발목 잡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 의원은 14일 정부가 대통령령·시행령 등 개정으로 국회 입법을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의 수정·변경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170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여소야대 정국을 활용해 '행정부 무력화 시도'에 나섰다고 반발하고 있다.

조 의원은 13일 YTN 라디오에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모법을 위배하면 입법 권한이 침해되는 '입법권 발목 꺾기'"라며 "2015년 유승민 국회법 개정 파동 당시 권성동 의원(현 원내대표)도 찬성했고,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지하고 옹호했다"고 응수했다. 당시 같은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의 입장이 표변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의회의 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선 시행령을 통해 국회를 우회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야당이 반발했던 4대강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고친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국회는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권 강화를 주장해 왔다. 2015년 국회가 시행령에 대한 수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된 전례가 있다.

2019년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도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특목고 폐지 등을 시행령으로 처리한 것을 '시행령 독재'라고 비판하면서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의 비협조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조 의원의 개인 입법 활동"이라며 조 의원의 발의가 당 차원의 입법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법안 내용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현재의 여론 지형이 민주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민생과 거리가 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이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법제사법위원장 분배 문제로 국회 원 구성이 지연되는 상황에 대한 화살도 민주당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현영 대변인이 이날 "개인 의원 법안이고 발의되지 않았는데, 당에서 공식 논의할 것은 아니다"라고 거리를 둔 배경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국회 패싱'이나 윤석열 정부의 독주 견제를 위해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조 의원의 법안 발의 후 정부가 모법을 위배하는 시행령 수정을 시도할 경우 민주당 지도부가 여론전과 동시에 입법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결위 상설화' 국회법 개정도 추진

한편,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 상임위로 전환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편성 지침 단계부터 국회가 보고를 받아 사실상 '공동 참여'를 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국회의 예산 심사 기능 정상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때부터 공개적으로 추진해 온 사안"이라며 "기재부의 50조 원이 넘는 세수 추계 오류가 발생하는 등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여권의 '정부 발목 잡기' 프레임과는 상관없이 추진해왔다는 취지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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