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분위기 속 허위진술 받아 금품수수 신고… 선거 후 더 막장판 군위

입력
2022.06.13 18:10
"불법선거운동 명단에 있다" 며 위협
60대 남성 2명이 70대 여성 끌고가
"돈 받았다"는 진술서 받아선관위에 신고… 
경찰, 협박·허위신고 등 경위 조사 착수

군수 후보 예비 인척 숨진채 발견돼


혼탁ㆍ막장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쓴 경북 군위군 지방선거판이 투표일이 지난 뒤 더욱 더 혼탁해지고 있다. 금품살포에 위장전입ㆍ대리투표 등 금권ㆍ관권선거가 판을 친 데 이어 선거 이후에는 허위진술을 유도해 녹취한 뒤 신고하는 공작정치까지 난무하고 있다.

경북 군위군 효령면에 사는 70대 여성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번 선거 때 출마 후보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돈을 받아서 불려 다니고 처벌받는다면 덜 억울할 것”이라며 무고함을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지난 8일 오전 10시쯤 60대 남성 2명이 찾아와 다짜고짜 “불법선거운동 명단에 적혀 있으니 조사를 받으러 가야한다”며 차에 태워 군위군교육지원청 주차장 벤치로 갔다고 했다. 한 승려 앞에서 종이에 서명 날인을 하게 한 다음 특정 후보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냐고 추궁했다. 한 식당에서 사주는 점심을 먹은 뒤 다시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어딘지 모를 창고였다. 그곳에서 다시 누군가에게 돈을 받지 않았냐는 추궁을 받았다. 공포 분위기 속에 내용도 모른 채 서명했다. 며칠 뒤 선관위에 신고됐다는 말을 들었다. 경찰은 60대 남성들이 사리분별력이 떨어지는 할머니를 대상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하게 한 뒤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앞서 군의원 출마 낙선자의 배우자도 자신을 찾아온 특정 후보 측 사람의 말에 동조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나를 찾아온 사람의 이간질에 화가 나 이런저런 말을 내뱉았다가 상대방이 이를 녹음해 고발했다”며 “선거 과정에 금품을 살포한 사실이 절대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유무와 무관하게 과열된 선거전이 투표 이후에도 계속되는 것이다. 상대를 흠집내기 위해 도와주는 것처럼 접근하거나 공무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필요한 답을 얻어낸 뒤 신고하는 방식이다.

지난 9일 오전 8시20분쯤 경북 군위군 군위군청 인근 야산 임도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한 남성이 숨져 있는 것을 등산객이 발견해 신고했다. 차량 안에서 다 탄 번개탄 등이 발견된 점에 비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군수 후보 처남의 예비사돈 가족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군수 선거와 연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군위군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인구가 늘어 선거용 위장전입이라는 의혹을 샀다. 또 일부 이장 등이 거동이 불편해 투표소에 가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실시하는 거소투표제를 악용, 허위로 거소투표 신고를 하거나 대리투표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결국 허위신고에 대리투표까지 한 이장 1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한 군위 출신 공무원은 “소멸위험 전국 1위의 작은 지역에서 어떻게 상대방을 속여 몰래 녹음하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허위진술을 받아 신고하는 공작정치가 횡행하는지 부끄럽다”며 “이 같은 혼탁을 초래한 당사자들이 결자해지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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