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경찰국’ 검토에 내부 들끓지만… 국가수사본부장 “답하기 곤란”

입력
2022.06.13 16:04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13일 최근 행정안전부가 경찰 권한을 통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관련, “구체적인 답변을 하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남 본부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이 경찰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논의가 진행 중이고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인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경찰국 신설이) 수사와 관련된 사항도 아니고 경찰청 전체 차원의 문제라 국가수사본부장으로서 답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했다.

경찰권 통제 방안을 논의해온 행안부 내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는 최근 4차례 회의를 거쳐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국 신설을 건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 내 비(非)직제 조직인 치안정책관실을 공식 조직으로 격상, 경찰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을 통해 검찰을 통제하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이에 경찰 내에서는 경찰국 신설로 대통령→행안부 장관→경찰청장의 수직적 지휘라인이 형성되며 경찰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지휘부는 말을 아낀 셈이다.

남 본부장은 “일선 직원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경찰국 신설) 사안을 접하면서 직원의 자긍심이나 자존심 문제와 연관이 된다고 보기에 (불만 섞인)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그렇더라도 상황을 가정하고 답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치안정책관실을 격상하려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지, 대통령령 개정만으로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개인적 의견을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남 본부장은 차기 경찰청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누가 오더라도 경찰법에 규정된 나름대로의 정신이 있으니 그대로 구현되지 않을까 싶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경찰법은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경찰청장이 전시(戰時) 같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수본을 지휘ㆍ감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 김창룡 경찰청장의 임기는 다음달 23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차기 경찰청장 후보 지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 본부장은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째 접어든 이날까지 조합원 44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외 체포되지 않은 30명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고 채증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현장에서 이뤄진 여러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화물 차주나 비연대 노조원에 대한 전화ㆍ문자를 통한 협박 등 전반적인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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