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하나로' 원자로 인근 주민 건강조사 대상 포함...갈 길은 멀어

입력
2022.06.13 18:20
원자력안전법 개정안 공포...내년 3월부터 시행
유성 신성·관평·구즉동 3만1,000여명 포함 예상
잦은 고장에 불안 여전...근본적 대책 필요 목소리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주변 주민들도 내년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방사선 건강영향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하나로 인근 지역 주민 건강권 보장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하나로의 잦은 고장 등으로 불안은 여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와 대전시 등에 따르면 연구용 원자로 및 관계시설 인근 지역 주민도 '방사선 건강영향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원자력안전법이 지난 10일 공포됐다. 시행 시기는 내년 3월 11일부터다.

지금까지는 방사선 건강영향조사 범위가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 인근 지역으로 한정돼 있었다. 이 때문에 하나로 인근 지역은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른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이에 시는 지역 정치권과 국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여러 차례 하나로 인근 주민 건강영향조사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개선을 건의했다. 이런 여론을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국회의원(대전 유성갑)이 대표발의한 원자력안전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하나로 원자로 주변 주민 건강권 보장의 근거가 마련됐다.

방사선 건강영향조사 대상에는 유성구 신성동, 관평동, 구즉동 주민 3만1,000여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조사 대상 범위와 방법, 시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조 의원은 "원자력 문제의 중요한 두 가지 축은 진흥과 안전"이라며 "개정 법률안은 연구용 원자로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건강영향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형평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민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선 원자로 주변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을 법으로 보장한 점을 반기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에서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는 데다, 툭 하면 고장으로 멈춰서는 일이 반복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로 원자로는 1995년 대한민국에서 독자적으로 설계·건조한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로, 수년 간 설비 이상으로 자동정지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나로는 지난 4월 25일 운전 중 냉중성자원실험시설의 수소압력 이상으로 자동정지됐다. 자동정지 원인인 냉중성자원 실험시설은 2018년과 2019년, 2021년에도 가동을 멈추게 한 주요인으로 파악됐다. 2018년 12월에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수소압력 이상으로 수동정지됐다. 조사결과 수소계통 압력 제어 밸브 고장이 원인이었으며, 특별점검을 거쳐 1년 만에 종합성능시험 허가가 나왔다.

하지만 1년 뒤 2019년 12월 시험가동 3일 만에 냉중성자원 제어컴퓨터 소프트웨어 오류로 원자로는 또 멈춰섰다. 1년이 훨씬 넘은 2021년 5월 원안위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았지만 불과 2개월 뒤 냉중성자원 수소제어계통 압력계측기 회로 퓨즈 단선으로 또다시 정지됐다. 하나로는 2014년 7월 이후 2021년 5월 재가동 승인 전까지 가동 날짜가 85일에 불과할 정도로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다.

대전원자력안전시민참여위원회 유덕순 위원장은 "원자로 주변 주민들의 건강권과 안전권 보장 요구가 받아들여진 점은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도 "인구가 밀집한 도심에서 원자로를 가동하는 만큼 끊임없이 '원자력 기술과 시민 안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또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환경연합 조용중 국장은 "하나로는 가동된 날보다 멈춘 날이 훨씬 많아 그 효용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며 "걸핏하면 고장나 멈추는 하나로를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폐쇄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찬 시 시민안전실장은 "향후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정보공유센터 지정, 민간환경감시기구 지원제도 마련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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