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무라 나오미(植村直己, 1941~1984)는 일본인 최초로 1970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고 세계 최초로 5대륙 정상을 등정한 산악인이다. 그는 1966년 7월부터 약 4년간 몽블랑과 킬리만자로 아콩카과 에베레스트 드날리(당시 맥킨리)를 차례로 등정했다. 드날리 등정은 에베레스트에 오른 지 불과 석 달 만의 쾌거이자 최초 단독 등정이었다. 당시 그는 만 29세였다.
단독 등반을 선호했던 그는 장비를 최소화해 잽싸게 등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드날리 등정 당시 그는 평균 14일이 걸리는 등반을 8일 만에, 평균 개인 장비 무게의 절반인 25kg 배낭을 메고 해냈다.
혹한과 폭설로 유명한 효고현 북부 타지마에서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추위와 눈, 고립·고독과 친숙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메이지대에서 농학을 전공하며 대학 산악반에서 등반을 시작했고, 졸업 직후 단돈 11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갖은 일로 돈을 벌며 모험들을 감행했다. 아마존 강 6,000km 뗏목 여행, 일본 열도 3,000km 도보 종단 등등.
그가 18개월간(74.12.20~76.5.8) 북극권 1만2,000km를 개썰매로 이룬 단독 횡단은 온난화 탓에 전무후무한 기록이 됐다. 혹한과 굶주림, 곰의 습격 등 숱한 위험 못지않게 그를 힘들게 한 것은 텅 빈 설원의 고독이었다. 그는 개들과 교감하며, 동상과 굶주림으로 기력이 다해 끝내 일어서지 못하는 모습에 흐느끼기도 하면서 저 경로를 완주했고, 그 경험을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라는 뭉클한 논픽션으로 출간했다. 안나는 그의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유일한 썰매개 이름이고, 코츠뷰는 종착점이다.
그는 1984년 2월 드날리 겨울 단독 등정 직후 하산 도중 실종됐고, 덴마크 정부는 그해 6월 16일 그의 1978년 그린란드 종단 모험의 종착점인 빙상의 쌍둥이 봉우리를 우에무라봉(Nunatak Uemura)이라 명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