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활동으로 조국 이집트에서 박해를 당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라 아잠(27)이 지난 3월 난민인권센터에 기고한 글 일부다.
한국 사회는 ‘난민’이라는 단어를 보면 어떤 얼굴부터 떠올릴까. 여성 억압이 극도로 심해 나라를 떠난 '젠더 박해 피해자'의 목소리 역시 충분히 고려되고 있을까.
한국이 난민을 받아들이는 토대인 '난민 협약'과 '난민법'에 따르면,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등 5가지가 박해 사유로 꼽힌다. 젠더 박해 피해자들은 '특정 사회집단 소속(여성)'이라는 점을 주요 근거로 난민 신청을 하지만, 출입국 당국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젠더 요소에 대한 소극적 해석으로 인해 '젠더 박해' 난민 인정은 하늘의 별 따기다.
하나 어떤 여성들에게 ‘성별’은 온갖 박해 사유만큼 혹독한 삶을 안기기도 한다. 특히 여권(女權)이 극도로 낮은 이슬람권 여성들은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각종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할례, 조혼, 명예 범죄 등 악습에도 항상 노출되어 있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에 따르면 이집트 여성의 99.3%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고, 15~49세 기혼 여성의 92%가 여성 할례를 겪는다.
한국에서는 2017년 대법원이 할례를 피해 한국에 입국한 라이베리아 공화국 여성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면서 ‘젠더 박해’ 논의가 싹트기 시작했다. 판결은 “여성 할례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박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 전까지는 할례, 성폭력, 성매매, 조혼 등 젠더 박해 사례가 난민 인정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후로도 난민 심사 과정에서 성소수자나 여성의 박해 주장은 '사적인 박해'로 취급되고 있어, 오로지 젠더 사유만으로 난민이 인정된 경우는 '제로(0)'에 수렴한다는 사실이다.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아버지, 남편 등 가족이 행한 폭력일지라도 국가가 용인하고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적 구조가 있다면 이는 국가로부터의 박해가 맞으며, 해외에선 이들 피해자를 난민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자국 경찰에 신고하라'는 논리가 횡행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여름부터 사단법인 두루와 법무법인 지평의 변호사 10여 명은 '젠더 난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구와 사건 수임을 병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젠더 박해에 대한 유의미한 대법원 판례 변경을 이끄는 것이 목표다.
<히잡에 가려진 난민>
① '여자라는 이유' 조국서 억압... 한국 와 히잡 벗었지만 또 좌절"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1311390003479
② 조혼 악습에 떠밀렸던 이집트인 사라, 천신만고 끝 손에 쥔 F2 비자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1419030004271
③ 여성, 성정체성, 성적지향... 난민 인정 사유가 될까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1213160002388
④ 한국 난민보호 수용력 189개국 중 119위... 젠더 가이드라인도 없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131932000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