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에 이상이 생기면 여러 가지 문제를 겪게 된다. 어린이는 언어 학습과 뇌 발달에, 고령인은 의사 소통 단절, 사회적 고립에 따른 우울ㆍ불안과 함께 치매 증상도 악화할 수 있다.
청력에 문제가 생긴 난청 환자는 2012년 27만7,000여 명에서 2019년에는 41만8,000여 명으로 7년 새 51%가 늘었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이 34.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등 50대 이상 환자가 6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30대 이하 젊은 환자도 19.7%여서 난청은 더 이상 고령인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다.
‘난청 치료 전문가’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난청으로 사회적으로 격리되기 시작하면 인지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고 심하면 우울증까지 생긴다”며 “가장 일반적 치료법은 보청기 사용과 인공 와우(蝸牛ㆍ달팽이) 수술인데, 영상·뇌파·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맞춤 치료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난청 발생 원인을 꼽자면.
“난청은 말 그대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증상을 뜻한다. 소리는 귀를 지나 뇌에 도달하기까지 다양한 기관을 거친다. 이들 기관 중 문제가 생기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된다.
난청에는 전음성 난청, 감각신경성 난청, 혼합성 난청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전음성 난청은 귀에서 달팽이관까지 전달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달팽이관과 청각신경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이고, 혼합성 난청은 앞선 두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난청 원인으로는 특정 유전자, 과도한 소음 노출, 귀에 독성을 일으키는 약물 사용, 감염 등 원인이 다양하다. 난청은 가까이에서 말해도 멀리에서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소리 자체는 들리지만 말소리를 구분하기 어려워 되묻는 횟수가 늘어나고 TV 소리의 볼륨을 점점 높이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서서히 나타날 수 있고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할 수도 있다. 청력을 보존하려면 난청을 조기에 치료해야 하므로 난청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른 시일 내에 가까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난청이라면 맞춤 치료가 가능한가.
“난청은 사실 특정 유전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선천성 난청은 70%, 후천성 난청은 50%가 특정 유전자 영향을 받는다. 아쉽게도 아직 난청 유전자에 따른 맞춤 치료가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난청 원인 유전자에 따라 향후 난청 정도를 예측할 수 있어 보청기나 인공 와우 수술 등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난청은 보청기 같은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나.
“난청 정도가 애매하고 유전자로 인해 청력이 단기간에 나빠질 가능성이 적고 보청기를 착용하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수술하지 않고 보청기로 청력을 보존할 수 있다. 보청기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때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세균 감염이나 만성 중이염으로 발생하는 전음성 난청, 오랜 시간에 걸쳐 소음에 노출되거나 노화로 인해 발생한 감각신경성 난청이라면 보청기를 착용하면 치료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보청기를 착용할 경우 적응하려면 몇 주가 걸리는데 불편하다는 이유로 착용하지 않으면 귀뿐만이 아니라 소리를 담당하는 뇌 기능도 퇴화한다. 따라서 난청이 의심되면 빨리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보청기도 조기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심한 난청이라면 보청기를 사용해도 효과를 보기 힘들다. 따라서 심한 난청이거나 난청 원인 유전자가 발견됐다면 인공 와우 수술이 청력 보존에 효과적일 수 있다.”
-인공 와우 수술은 어떤 난청 환자에게 필요하나.
“인공 와우 수술은 인공적으로 만든 달팽이관(와우) 기계를 난청 환자의 달팽이관 내부에 이식하는 것이다. 난청 환자는 달팽이관 내부에서 듣는 역할을 담당하는 유모세포(有毛細胞ㆍauditory hair cell) 기능이 너무 손상돼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다. 이때 인공 와우(cochlear implantation)로 대체하면 외부 소리를 전기 자극으로 바꿔 환자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소리를 듣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달팽이관 해부 구조 기형이나 달팽이관 내 종양, 오랜 염증으로 인한 와우 골화 등으로 난청이 생긴 환자도 인공 와우 수술이 매우 효과적이다.”
-난청 환자와 가족에게 조언한다면.
“난청 정도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천차만별이다. 난청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하다면 이미 난청이 상당히 진행됐을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청력 검사를 하고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하며, 필요하다면 인공 와우 수술을 권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청각재활센터는 인공 와우 수술을 1,000차례 이상 진행하며 안정성과 효과성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최근에는 얇은 와우축 전극을 이용해 청신경과 거리를 최소화해 신경을 더 효율적으로 자극하는 수술도 개발했다. 따라서 두려움 때문에 수술을 망설이는 난청 환자라면 부담 없이 병원을 찾아 검사ㆍ진료를 통해 인공 와우 수술 등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보다 편안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또한, 난청 환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TV 소리를 전보다 올리거나 되묻는 횟수가 늘어나는데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이를 지적한다면 난청으로 느끼는 불편함에 서운한 감정까지 더해질 수 있다. 이런 불편함을 표현하면 환자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단절하게 된다. 따라서 난청 환자 가족은 환자가 잘 듣지 못해 다시 물어봐도 친절히 답해주는 등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