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마주쳐 질문에 답하는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 대해 지난 10일 그와 만난 국민의힘 지도부는 "말씀을 잘 하신다" "미국 백악관식"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그간 몇몇 발언은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라는 평가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도 우려를 표시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터뷰 도중 "매일 아침 대통령이 출근하면서 기자들을 만나는 것, 신선하고 좋다"면서도 "거기서 자꾸 말실수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말은 한 번 나오면 그만이다(주워 담지 못한다). 이게 정책으로 국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된다"면서 "(지금처럼 하면) 앞으로 거기에서 반드시 큰 실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통령 말씀은 참모들로부터 정제된 얘기를 하셔야 하고, 가급적 써가지고 나와서 읽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보다 더 나아가 도어스테핑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난 8일 CBS 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해 "대통령이 지금 출퇴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질의응답을 너무 즉흥적으로 하다 보니까 말에 좀 실수가 있다"면서 "좀 다른 표현으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생각 없이 직설적으로 뱉다 보니까 국민 정서에는 거칠게 (받아들여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어스테핑이 '국민과의 소통'으로 높이 평가받는다는 분석도 부정했다. "대통령이 기자들 만나서 얘기하는 것을 가지고 국민과 소통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대통령이 국민 개개인을 만나서 얘기를 할 수 없지 않느냐. 국민이 진짜 정부에 바라는 것이 뭔가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걸 스스로 챙겨서 충족시켜주는 것이 국민과 가장 소통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가 보기에는 아마 어느 시점이 지나가면 그거 아마 안 할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10일까지 13차례 출근길에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을 빚었다. 10일 출근길에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 "음주운전도 언제 한 것이며, 여러 가지 상황이라든가 가벌성이라든가 도덕성 같은 것을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음주운전도 사람 따라 판단하느냐"(더불어민주당) "도덕적 음주운전도 있나"(정의당) 등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9일에는 검찰 출신 위주 인사 기용 지적에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느냐"고 말했고, 7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의 보수단체와 유튜버 시위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고 냉소적으로 답해 비판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