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80%·50년 주담대, 대출 푼다지만… 치솟는 금리가 복병

입력
2022.06.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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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하반기 각종 대출 완화책 예고
금리 상승기 '대출 한파'로 효과 제한적
저금리 전환 상품엔 수요 몰릴 전망

금융당국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80% 상향, 만기 50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대출 확대 방안을 하반기에 줄줄이 내놓을 계획이지만 호응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출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대출을 더 빌리거나, 초장기 상품을 선택하면 그만큼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출 완화 최대 복병, 금리 상승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각종 대출 규제를 하반기에 완화할 계획인데 제도 안착을 가로막을 최대 복병은 대출 금리 상승이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4월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2014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4.05%를 기록했다. 주담대 금리는 3.9%로 2013년 3월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지난해만 해도 껑충 뛰었던 가계대출 증가세도 꺾였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 대비 4,000억 원 늘었는데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동월 기준 증가 폭이 두 번째로 작았다. 한국은행이 고물가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있어 앞으로 대출금리가 더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

금리 인상은 대출 규제 완화의 효과도 제약할 수밖에 없다. 우선 금융당국은 ①부동산 규제 지역 내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LTV 상한선을 60~70%에서 80%로 높일 계획이지만 대출자 입장에선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현재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 2.73%와 비교해 1.17%포인트나 높다. 지난해 초만 해도 저금리 기조로 LTV를 꽉꽉 채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분위기가 있었지만 올해 상황은 딴판이다.

영끌 했다간 '이자의 역습' 맞을 수도

무턱대고 돈을 최대한 빌렸다간 빚 갚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이자 상환 능력까지 고려해 대출액을 정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 조언이다. LTV를 80%로 상향해도 실제 이용할 대출자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의미다.

②빚 상환 기간이 길어져 매달 갚는 원리금을 줄이는 50년 주담대의 장점도 대출금리 상승 앞에선 힘을 쓰기 어렵다. 특히 서민이 많이 활용하는 보금자리론은 더욱 그렇다. 고정금리 상품인 보금자리론은 만기가 길수록 대출금리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기간이 가장 긴 40년 만기 보금자리론 금리는 4.60%로 10년 만기 4.35%를 0.25%포인트 웃도는데, 50년 만기 금리는 더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③반면 변동금리 주담대 상품을 보금자리론 금리보다 낮은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게 해주는 안심전환대출은 수요가 몰릴 전망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 금리를 적용받고, 안정적인 고정금리의 장점이 금리 상승기에 극대화돼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금리가 오르는 시기엔 다들 돈 빌리기를 주저하고 있어 대출 확대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