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나토行… '글로벌 중추·한일관계'엔 기회, '中 관여'는 우려

입력
2022.06.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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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토 관계, 정상급 논의로 격상
기시다 참석 시 정상회담 계기 유력
'인·태 외연 확장' 노림수는 경계해야

‘기대와 부담이 공존.’

1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공식화한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을 대하는 외교가의 시선이다. 대표적 서방 군사동맹체 나토에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 얼굴을 내밀어 윤 대통령이 추구하는 ‘가치 외교’의 지평을 넓힐 수 있고, 부가적으로 한일관계 개선도 노려볼 수 있다는 게 긍정적 면이다. 반면 윤 대통령 초청에는 인도ㆍ태평양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나토의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어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

29,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그간 사이버, 비확산, 대테러 등 실무 분야 협력에 중점을 뒀던 한ㆍ나토관계가 정상급 수준으로 격상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역대 나토 회의에 참석한 한국 측 인사 중 최고위급은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4월 7일)이다. 그 전까지는 장관급 이상을 상대로 회의 참석 요청이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갈등 등을 계기로 한국, 일본, 호주 등 인ㆍ태지역 우방 확대 필요성이 커진 나토의 판단이 회의 초청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사실 한국 입장에서도 회의 참석을 딱히 거절할 명분은 없었다. ‘경제안보’의 대두에서 보듯, 외교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수동적 입장에 머물러 있다간 국익 훼손이 불 보듯 뻔해서다. 외교당국 관계자들도 하나같이 “첫 정상 초청을 받았는데 응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 대통령의 나토행은 새 정부가 추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기조에도 부합한다. 북핵, 경제안보 등 우리의 당면 현안과 관련해 미일을 넘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국가들과 접촉면을 늘릴 좋은 기회다.

일각에선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 안에서도 냉각된 한일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며 “양국 정상이 참석한 회의에서 만나지 않은 것 자체가 부정적 신호로 비칠 수 있어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부쩍 한국 등 인ㆍ태지역 국가들을 협의체에 끌어들이려는 나토의 속내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더불어 이번 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중국발(發) 위협에 대비한 새 전략 개념 채택’이다. 인ㆍ태지역으로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노림수가 묻어난다. 이렇게 되면 나토가 향후 인ㆍ태지역 국가들을 앞세워 남중국해 분쟁 등에 개입할 길이 열릴 수도 있다. 한국은 경제와 북한 문제에서 어느 나라보다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 나토에 깊이 발을 담글 경우 자칫 한중관계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