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2년 만에 적자, 앞으로가 더 문제다

입력
2022.06.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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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가 2020년 4월(6월 발표) 이래 24개월 만에 다시 적자에 빠졌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상수지는 8,000만 달러(약 1,005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번 적자는 4월 주식 배당에서 외국인 배당 지급 확대로 본원소득수지가 적자를 낸 계절적 요인이 적잖이 작용했기 때문에 5월엔 다시 흑자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주는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세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등 대외수지 여건은 매우 불안하다.

안 그래도 무역수지가 지난 4, 5월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해 우려가 제기됐다. 우려대로 한은이 집계한 4월 상품수지는 지난해 동기보다 20억 달러 줄어든 29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여기에 외국인 배당 확대로 본원소득수지에서 32억5,000만 달러 적자가 발생해 경상적자가 나타난 셈이다. 그나마 반도체 등 수출이 11.2%(59억3,000만 달러) 늘어나는 견고한 흐름을 유지했다지만, 물량보다는 가격 상승 영향이 커서 안정적 추세로 보긴 어렵다.

안정적인 경상흑자 기조와 건전한 재정은 위기 때마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팽창적 재정정책과 코로나19 등에 따른 잇단 추경 집행으로 이미 재정적자 기조는 굳어진 상태다. 통합재정수지로 보면 2020년 약 70조 원, 2021년 약 30조 원에 이어 올해 말엔 다시 70조 원 이상 적자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적자가 경제 펀더멘털 악화 때문이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다. 대외요인이 개선되면 수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으로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겹치는 ‘쌍둥이 적자’가 장기화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환율이 상승하는 등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 그럴 때 위기가 닥치면 1997년 외환위기처럼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부의 위기의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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