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복당' 원하는 강성 지지층에... 이재명계 "원칙대로" 강조한 이유

입력
2022.06.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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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계 "건강한 팬덤, 이재명의 소신" 강조
쇄신 앞세워 전대 출마 '명분 쌓기' 해석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측근들이 강성 지지층이 주도하는 '팬덤정치'와 거리를 두는 메시지를 연일 발신하고 있다. 이 의원이 9일 지지자들에게 문자폭탄 자제를 요청한 데 이어, 친이재명(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10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을 위해 '꼼수 탈당'한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복당에 대해 원칙을 강조했다. 오히려 강성 지지층이 민 의원에 대한 복당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반대되는 대응이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고질로 꼽히는 '팬덤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이 의원의 출마 명분을 쌓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탈당 1년 지나야 복당 가능... 친명계 "원칙대로"

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민 의원의 복당 문제에 대한 질문에 "원칙대로 처리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현행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탈당자는 당무위원회가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탈당일부터 1년이 경과한 후에 복당할 수 있다. 강성 지지층이 친명계인 민 의원의 조기 복당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6·1 지방선거를 전후로 친명계가 강성 지지층의 팬덤을 대했던 것과는 다른 태도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 이전인 지난달 14일 대선을 전후로 민주당에 입당한 자신의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에 대해서 "세계사적인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아울러 친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의 당권 확보를 염두에 두고 전당대회 6개월 이전 입당자에게 전당대회 투표권을 주는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입당한 지 6개월이 안 된 '개딸'들이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쇄신' 명분으로 당대표 선거 출마 정지작업?

친명계는 강성 지지층을 향한 사뭇 달라진 태도에 대해 "이 의원은 원래부터 건강한 팬덤문화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을 당시 이 의원이 경기지사직을 내려놓고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상민 의원에게 문자폭탄이 쏟아지자, 이 의원이 "모욕, 비방, 욕설은 안 된다"고 자중을 촉구한 것은 근거로 삼으면서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 의원 본인이 강성 친문재인계 지지층으로부터 고통을 당했던 사람"이라며 "본인이 피해를 입었으니 남에게도 똑같이 해도 된다는 생각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친명계가 대선 전후로 강성 지지층을 배경으로 당내 입지를 확대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태도 변화 배경에는 전당대회가 있다는 해석이 많다. 당의 쇄신 과제 1순위로 꼽히는 팬덤정치에 대한 자중을 촉구하면서 차기 당대표 선거 출마 명분을 쌓겠다는 속내가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민 의원 복당에 대해 '원칙'을 강조한 김 의원이 "우리 당을 혁신하고 쇄신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민주당 의원은 "차기 당권을 잡아야 하는 친명계가 '우리도 노력을 했다'는 명분이 필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