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뜻밖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한 전쟁의 수혜를 입었다. 삼성전자, 애플이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중단하면서 반사 이익으로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나머지 시장에서 연이은 악재에 부딪히면서 성장세가 크게 꺾이고 있다. 러시아 호황은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10일 러시아 최대 이동통신사 MTS에 따르면 5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리얼미, 아너 등 중국 업체들은 4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전년 같은 달 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러시아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전년(28%) 대비 반토막이 난 14%에 그쳤다. 애플의 경우 같은 기간 12%에서 9%로 떨어졌다.
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러시아 전쟁 발발 후 현지에서 신제품 판매를 중단한 영향 때문이다. 기존 재고 물량을 확보한 현지 소매업체를 통해 이들 제품이 제한적으로 팔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시장에서 2007년부터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면서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번 사태가 길어질수록 중국 업체들의 반사 이익은 더욱 커질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전 세계 시장의 2% 수준으로, 연간 2억 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삼성전자나 애플에 큰 타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러시아 브랜드 시장조사업체 OMI가 발표한 '소비자들이 뽑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10년 동안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는 만큼, 신제품 판매가 재개될 경우 1위 자리를 되찾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우선 중국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주요 도시를 봉쇄하면서 스마트폰 생산과 판매 모두 큰 타격을 입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샤오미의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3,900만 대로, 전년 대비 19.6%나 감소했다. 중국의 오포, 비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오포는 29.2%, 비보는 31.2%씩 각각 출하량이 줄었다.
중국 업체들은 인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6월 국경 분쟁 이후 인도와 중국 사이가 크게 나빠져서 인도 정부는 샤오미, 비보, ZTE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해 보복성 규제를 가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사업이 위축되면서 인도에선 반대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020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판매량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부품 공급난 역시 중국 업체가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중국 업체들은 부품 조달 능력에서 삼성전자, 애플 대비 후순위다.
중국 업체들이 휘청거리자 상대적으로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SA는 삼성전자가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23.8%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최근 5년 사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인 점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