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외로 치솟는 소비자물가에 대응해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총재는 11일 한은 창립 72주년 기념사에서 "금리 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자 증가 등으로 취약계층의 부담이 일시적으로 늘더라도, 향후 더 큰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현시점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앞서 5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4% 올라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총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주요국 대비 더 이상 선제적이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상화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한은은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했지만, 치솟는 물가에 더 이상 여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국내외 경제 여건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가속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이에 따라 향후 물가와 성장 간 상충 관계가 더욱 커지면서 통화정책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조직 개선에 대한 당부도 덧붙였다. 이 총재는 "서로 존중하면서도 업무에 관한 한 ‘계급장 떼고’, ‘할 말은 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조직 내 집단지성이 효율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자”고 주문했다. 한은은 폐쇄적 조직 문화·낮은 임금 상승률 등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조만간 경영인사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