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야생 따오기의 생애 첫 비행 장면이 포착됐다. 지난 4일 국내 최대 습지이자 자연 생태계의 보고인 경남 창녕군 우포늪의 우거진 숲 속. 올 봄 자연부화한 새끼 따오기 한 마리가 두 다리로 나뭇가지를 박차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태어나고 자란 둥지를 스스로 떠나는 '이소(離巢)'에 성공한 것이다.
비록 둥지가 있는 나무에서 바로 옆 나무로 날아가는 정도의 매우 짧은 비행이었지만, 새끼 따오기는 이 순간을 위해 홀로 끊임 없이 날갯짓을 연습했다.
이날 아침 7시경 따오기 부부는 먹이활동을 위해 인근 논과 둥지를 열심히 오갔다. 기자가 관찰한 1시간 동안 따오기 부부는 교대로 날아와 목을 빼고 기다리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였고, 틈틈이 비행훈련도 시켰다.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둥지 부근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끼 따오기 한 마리가 잇따라 날갯짓을 시도하더니 결국 비행에 성공했다.
조류의 이소 장면은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 지 알 수 없어 포착하기 쉽지 않다. 산란 이후 지속적으로 따오기 둥지를 관찰해 온 군청 직원도 아직 이소 장면을 보지 못했을 정도다. 기자는 새끼 따오기의 날갯짓 연습을 유심히 지켜본 덕분에 운좋게 첫 비행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이날 처음 날아오른 녀석을 비롯해 4마리의 새끼 따오기들은 지난 4월 방사된 따오기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28일 간의 자연부화를 거쳐 알에서 깬 뒤 45일 간 어미새가 지극정성으로 먹이를 물어다 먹인 덕분에 새끼들의 몸은 벌써 성체에 가까울 정도로 커졌다.
나뭇가지에 나란히 앉아 있는 어미와 새끼를 보면 덩치로는 구별이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부리와 날개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어미는 날개가 회색빛을 띠고 얼굴과 부리 앞쪽이 붉은색이지만 새끼는 흰색 날개와 검은색 부리를 하고 있다. 어미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새끼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창녕군은 2008년 중국에 들려온 따오기 한 쌍을 인공 번식해 개체수를 늘려 왔고, 지난 2019년 5월 첫 야생 방사를 시작으로 해마다 따오기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야생에서의 자연 부화도 시도했는데, 지난해 첫 성공에 이어 올해는 세 쌍의 따오기가 11개의 알을 산란했다. 그 중 4마리가 부화에 성공했고, 먹이경쟁에서 도태된 한 마리를 제외한 3마리가 현재 '이소기'를 보내고 있다.
창녕군은 이처럼 어렵게 자연부화한 따오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따오기과 전담 직원들이 새끼 따오기 인식표 부착이나 혈액 채취 등을 진행하는 한편, 둥지 부근에 상주하며 야생 적응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번식지 주변 마을 노인들을 자원봉사자로 위촉해 일반인의 무분별한 접근을 막고, 삵이나 담비 등 천적의 습격에 대비한 순찰 활동도 강화했다.
새끼 따오기들은 첫 이소 이후에도 10여 일간 어미로부터 사냥법을 배운다. 어미는 새끼가 어느 정도 자력으로 사냥이 가능해지면 새끼를 완전히 쫓아내 독립을 시킨다. 산란과 부화, 탄생과 이소 등 홀로 서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친 따오기들은 이후에도 여러 위험과 맞닥뜨린다. 그 중 가장 큰 위협이 바로 인간이다. 논이나 하천에서 쉬고 있는 새끼 따오기에게 과도하게 접근하거나 쫓아다니는 이들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렵게 세상으로 나온 따오기가 곁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