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르쉐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다채로운 포트폴리오, 그리고 트림 구성을 통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라인업 확장’에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물론 ‘브랜드의 역사’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노력이 더해져 특별함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GTS’ 라인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경량화, 퍼포먼스 그리고 보다 날 것의 감성을 제시하는 GTS는 어느새 포르쉐 라인업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기에 노란색 차체의 911 카레라 4 GTS는 그 자체로도 기대되는 모습이다.
과연 911 카레라 4 GTS는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제시할까?
시승을 위해 준비된 911 카레라 4 GTS는 ‘GTS’만을 위해 준비된 디테일이이 곳곳에 더해졌으나 기반이 되는 ‘911의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
4,535mm의 전장이나 1,850mm의 전폭, 그리고 낮게 그려진 1,300mm의 전고는 ‘스포츠카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911의 전형적인 형태를 드러낸다. 더불어 휠베이스 역시 2,450mm로 경쾌함을 기대하게 만든다. 보닛 아래에는 강력한 심장과 8단 PDK, 그리고 AWD가 더해지며 1,570kg의 공차중량을 갖췄다.
검은색으로 피어난 GTS의 감성
지난 시간 동안 포르쉐가 제시했던 다채로운 GTS들은 각자의 스타일과 매력, 그리고 ‘성능의 개선’ 등을 뽐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차이’ 속에는 GTS 고유의 매력이 자리한다. 바로 검은색으로 연출된 각종 디테일이 그 주인공이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911 카레라 4 GTS 역시 노란색 차체에 검은색 디테일이 곳곳에 더해진 걸 확인할 수 있다. 프론트 엔드의 디테일은 물론이고 헤드라이트 안쪽도 검은색으로 칠해져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포르쉐의 또 다른 퍼포먼스 지향의 911인 ‘터보 계열’이나 모터스포츠의 아이덴티티를 품은 GT3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다른 고성능 911들과 같이 ‘911’의 디자인 기조를 고스란히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경량화’ 퍼포먼스 모델이라는 걸 강조하듯 카본파이버 패널로 제작된 루프 패널을 얹었고, 20인치와 21인치로 제작된 센터 록 방식의 휠 역시 검은색으로 칠해 GTS의 매력을 선명히 드러냈다. 말 그대로 GTS에 걸맞은 모습이다.
여기에 제법 큼직한 리어 스포일러를 얹었고, 그 아래에는 최신 911 특유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그리고 검은색으로 새겨진 911 카레라 4 GTS 레터링 등이 ‘차량의 존재감’을 선명히 드러낸다. 더불어 큼직한 머플러 팁 역시 만족스럽다.
경량화의 의지를 반영한 공간
통상적으로 GTS는 고성능 모델이면서도 경량화에 초점을 맞춘 차량이다. 그렇기에 실내 공간은 일반적인 911에 비해 간결하게 다듬어진 모습이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그리고 5-서클 클러스터 등 일반적인 구성은 여느 911들과 차이가 없지만 도어 패널이 한층 간결해졌고, 각종 버튼 및 다이얼 등의 연출도 간결해졌다. 덕분에 차량이 더욱 직관적으로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지금까지의 GTS가 그랬던 것처럼 방음재 등이 일부 삭제된 것인지, 배기음이 더욱 선명히 전해진다.
경량화, 그리고 GTS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많은 부분이 정리된 만큼 센터페시아의 자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의존도가 높아졌다.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우수한 그래픽 연출, 그리고 다채로운 기능이 더해진 덕분에 차량의 사용성은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더해져 듣는 즐거움, 그리고 ‘일상에서의 여유’를 더하는 것 역시 아쉬움이 없었다.
최신의 911들이 제시하는 가장 큰 매력은 차량의 기본적인 움직임부터 이전보다 여유 있고, 쾌적해졌다는 점이다.
오늘의 주인공, 911 카레라 4 GTS 역시 이러한 기조를 담았지만, 확실히 조금 더 ‘GTS’ 고유의 셋업이 더해짐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시트의 구성이나 형태, 그리고 헤드레스트의 ‘GTS’ 자수 등을 본다면 확실히 여느 911보다 ‘드라이빙에 집중한 모습’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2열 공간 역시 사실 상 ‘수납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올바를 정도로 간결하게 다듬어져 있다. 소재와 마감 등은 뛰어나지만 ‘활용성’은 분명 아쉽게 느껴진다. 대신 프론트 보닛 아래의 적재 공간까지 활용해 ‘생각보다 많은 짐’을 수용할 수 있어 ‘차량의 활용성’은 충분해 보였다.
490마력의 심장을 품다
포르쉐의 고성능 모델들은 엔진 출력을 강조한 모델들과 출력 개선과 동시에 모터스포츠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운동 성능을 모두 개선하는 모델이 자리한다. GTS는 후자에 가까운 차량이며, 마치 911 GT3의 ‘범용’ 버전이라 생각된다.
실제 911 카레라 4 GTS에는 490마력과 58.2kg.m의 토크를 내는 수평대향 3.0L 트윈터보 엔진이 자리하며 8단 PDK, 그리고 AWD 시스템이 견실한 주행 성능을 예고한다. 이를 통해 과격한 힘의 표출보다는 주행 전반의 퍼포먼스 및 밸런스를 끌어 올렸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 7.9km/L(도심 7.0km/L 고속 9.4km/L)로 제법 준수하다.
쾌적함 속에서 강렬함을 즐기다
911 카레라 4 GTS를 충분히 둘러본 후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면 ‘최신의 GTS’를 선명히 느낄 수 있다.
경량화, 퍼포먼스라는 요소를 잘 드러내고 있지만 과거의 포르쉐 보다 한층 다채롭고, 복잡해진 ‘현재의 포르쉐’ 역시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마이너스 요인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라 생각되어 미소와 함께 엔진을 깨울 수 있었다.
시동과 함께 일반적인 911보다 강렬한 사운드가 실내로 유입된다. 경량화를 위해 일부 방음재를 제거하는 통상의 GTS의 특성이다. 덕분에 ‘주행에 대한 집중력’을 한껏 높일 수 있었다.
911 카레라 4 GTS에 담긴 490마력의 심장은 ‘힘을 과시하지 않는 성숙함’을 제시한다. 충분히 강력한 성능이지만 일상 속에서 다루기에 부족함이 없고,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 실수 등으로 ‘과격한 움직임’이 연출될 가능성도 낮아 보였다. 이렇게 기술이 발전함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다.
그러나 GTS는 GTS,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면 풍부한 사운드와 함께, 더욱 강렬한 힘의 발현이 느껴진다. 두껍게, 무거운 토크를 과시하기 보다는 경쾌하게 발산되는 것 같았다. 덕분에 같은 ‘GT’의 표현을 담은 911 GT3와의 유사성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 언제든 사운드를 풍부하게 연출할 수 있는데 그 사운드에 담긴 ‘날 것의 매력’이 도드라져, ‘GTS의 매력’이 무엇인지 더욱 선명히 느낄 수 있다.
8단 PDK는 말 그대로 견실하고, 능숙하다. 운전자가 따로 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주행 상황에 능숙히 대응한다. 기본적인 변속 속도도 빠르고, 변속 시의 충격 억제 및 깔끔한 출력 전달 등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 스티어링 휠 뒤에 자리한 패들시프트를 통해 적극적인 수동 변속도 쾌적하다. 더불어 주행 모드 설정에 따라 ‘그 질감’을 선명하게 바꾸며 운전자의 즐거움, 주행에 대한 집중력을 한껏 높인다.
경량화 퍼포먼스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AWD 시스템이 더해졌고, 공차중량 역시 1,570kg인 만큼 차량이 ‘가볍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운전자가 느끼는 차량의 움직임은 충분히 경쾌하고 민첩하다.
조향에 따른 차량의 반응이나 회두성이 탁월하고, AWD 역시 후륜에 집중한 성향이라 ‘고성능 후륜구동 스포츠카’에 안정감을 더하는 모습이다. 마치 평소에는 후륜구동 스포츠카지만, 그립이 부족하고 안정감이 떨어질 때는 AWD처럼 달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탁월한 민첩성과 구조 및 차량 구성 등에서 연출되는 우수한 한계 등이 더해져 ‘수준 높은 드라이빙’과 ‘즐거움’을 동시에 잡는 모습이다. 즐겁게, 그리고 경쾌하게 누릴 수 있는 고성능 911인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FIA GT3 레이스카의 부담을 줄이며 GT 레이스의 대중화를 추구한 FIA GT4 레이스카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어쩌면 최신의 911 GT3와 911 GTS를 개발하던 포르쉐 엔지니어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승차감 부분에서도 만족감이 높다.
사실 911 카레라 4 GTS의 성능이나 제원을 본다면 승차감이 좋지 못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쾌적한 모습이다. 물론 GTS의 특성 상 ‘날것의 질감’은 있지만 일상 속 주행을 소화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도심이 아닌 장거리 주행을 펼치더라도 스트레스가 크지 않을 걸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911 터보 S와 같은 ‘터보 계열’ 이나 극한의 민첩성을 강조한 911 GT3가 부담스러운 운전자라면 ‘911 카레라 4 GTS’가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좋은점: 깔끔한 패키지, 경쾌함과 여유를 담은 드라이빙의 매력
아쉬운점: 일부 기능의 삭제, 그리고 다소 단단한 시트의 질감
쾌적하게, 여유롭게 즐기는 GTS
극한의 주행을 추구한 퍼포먼스 모델을 앞둔다면 막연히 부담스럽고,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GTS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다 쾌적하게, 그리고 보다 여유롭게 누릴 수 있게 만드는 마법과 같은 단어다.
그리고 이러한 마법은 911에 절묘하게 내려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