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여권에서 제기된 이 전 대통령 사면론에 “이십몇 년 수감생활을 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고 하면서다. 전날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신중론을 폈지만 하루 만에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대선후보 시절 이 전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말하셨는데 지금도 변함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전례에 비춰서 (결정하겠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사면 쪽으로 기운 배경에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사면 필요성을 강조한 데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8일) 참모진과 여권 관계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건강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고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필요성은 윤 대통령도 공감하고 있었다"며 "다만 여러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전날) 시기를 언급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병인 당뇨가 심해져 걷는 데 불편함이 있고 혈뇨 증세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횡령과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11월부터 수감 중이다. 2036년 만기 출소할 경우 95세가 된다.
윤 대통령이 '전례'를 언급한 것도 이 전 대통령의 건강을 염두에 둔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말인 지난해 성탄절 특사로 4년 9개월 만에 출소했다. 임기 동안 사면에 신중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한 이유도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였다. 정치권에선 검찰이 형집행정지 신청을 허가한다면,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을 오는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연일 사면론을 적극 제기하고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됐다가 한 분(박 전 대통령)은 나가셨고 또 한 분(이 전 대통령)이 계속 수감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통 집권 1년 차 8·15 때 대통합 사면을 많이 실시했다"며 "그렇게 예측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사면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에는 거리를 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면은 아주 고도의 정치 행위"라며 "그런 만큼 고려할 사항들이 많다. 오늘 발언으로 급물살을 탈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