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를 조사 중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3년 6개월 조사를 마무리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선 SK케미칼의 책임과 정부의 관리 부실을 밝혀냈지만, 세월호 침몰 원인은 끝내 규명하지 못해 반쪽짜리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참위는 활동 마무리를 하루 앞둔 9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참위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최초 개발 경위 △기업의 제조과정 △정부의 안전성 검토와 안전관리 △피해질환 범위 확대 △피해지원 체계 △구제지연 및 피해자 사찰 등의 책임성 여부 △관련 안전대책 등을 조사했다.
사참위 조사 결과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안전관리 부실, 공정거래위원회와 질병관리청의 사후처리 미흡 등을 밝혀냈다. 원료물질을 공급한 SK케미칼이 독성정보를 은폐한 채 안전성 검토 없이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들어간 살균제를 출시한 점도 드러났다.
사참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부처와 관련 기업에 △정부 책임 인정 및 정부와 기업의 포괄적 피해 배·보상 실시 △살균제 피해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소시효 연장 △실질적 피해지원을 위한 지원법 개정을 권고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선 △침몰 원인 △해경 구조실태 △정보기관의 피해자 사찰 △세월호특조위 활동에 대한 청와대 등 개입 여부 △현장 피해지원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혐오표현 △안전대책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가장 관심을 끌었던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초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진상규명국)이 외력 가능성을 보고했으나, 사참위는 증거 미흡 등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종합보고서엔 '외력 가능성을 조사했으나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재원 지원소위 위원은 "세월호 진상규명국에서 조사해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건 의미가 있지만, 참사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외력에 의해 침몰했다면 잠수함밖에 없는데, 잠수함이 잠항하고 있었는지 조사하지 못해 여러 가지 반론이 제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침몰 원인을 끝내 규명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자간담회를 지켜본 한 유족은 눈시울을 붉혔다. 문호승 위원장은 "증거가 불충분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피해자들이 굉장히 허탈해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