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가 경찰국 만들면 경찰청장 허수아비될 것"

입력
2022.06.09 15:18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 
"행안부가 경찰 인사·예산 가져가 개입"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확대된 경찰 통제 의도"
"과거 치안본부 수준 격하 아니냐 걱정도"
"법무부의 경찰청장 인사검증 과정에
검경 관계 왜곡될 수도... "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 문제에 "경찰청장은 허수아비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경찰국이 설치되면) 행안부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행안부 경찰국이 만들어지면 경찰에 대한 인사와 예산을 가져가 (경찰이) 굉장히 종속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며 "행안부가 완전히 경찰을 장악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아마 지난 정권 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강화되고, 조직이 확대되면서 정권이 경찰을 핸들링해야 되겠다는 판단이 있는 게 아닌가"라며 "경찰의 중립성을 더 확보하고, 자치경찰제를 좀 더 확보해 나가야 하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시대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내 검찰국이 있는 것과 유사하게 행안부는 경찰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은 행안부 소속 기관이긴 하지만 독립된 외청이어서 인사와 예산이 별도 운영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뒤흔드는 것이라 경찰 안팎에서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제가 이상민 장관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TF 형태로 급조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각계각층과 국회의 추천을 받아 한시적 임기가 보장된 위원회를 만들어 6개월이든 1년이든 (운영해) 보고서 결과를 바탕으로 조직 개편에 착수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옳지 않나"라고 충고했다.

"법무부의 경찰청장 인사검증, 경찰 표적 수사와 연결될 수도"

특히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구성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향후 경찰청장 인선 과정에서 검증하게 될 체계를 두고서 "굉장히 오해의 소지가 많다"며 "나중에는 (경찰에 대한) 어떤 표적 수사와 연결되는 게 아닌가 우려도 있다"고 했다. 수사기관으로서 역할을 분담하는 동시에 상호 보완견제하는 관계를 넘어, 기관의 이해에 따라 악용할 여지도 걱정한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경찰국이 신설되면) 일단 형식상으로는 굉장히 왜곡된다"며 "과거처럼 경찰이 행안부에 치안본부 수준으로 격하되는 게 아닐지 우려가 있다"며 "분명히 경찰청장의 외청으로서 독립적인 권한이 분명히 존중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권 초기 이런 형태로 되면 경찰청장이 굉장히 허수아비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고 했다.

경찰국 신설에 경찰 조직의 반발이 충분히 예상되지만 예상외로 조용한 데 대해서는 경찰 인사와 신분 보장 문제를 댔다. 김 교수는 "경찰 내부에서도 상당히 거부감이 있지만, 치안감 경무관 총경 인사를 앞두고 있어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또 변호사 자격증이 있어 신분 보장이 탄탄한 검사와 달리 경찰은 승진에서 누락되면 계급정년으로 정년을 못 채우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굉장히 신분상으로 취약하다"고 했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청장 후보군 개별 접촉에 대해선 "파격적인 인사 이후에, 또 마침 공교롭게도 7월 경찰청장 교체시기인데 후보군 개별 접촉은 오해의 소지가 분명히 있다"며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다만 "통상적으로 행안부 장관이 새로 취임하면 검찰 고위층과 면담은 있었다"며 "아마 이번에도 그런 차원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무슨 면접 수준의 만남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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