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오랜만에 '별의 순간'을 언급했다. 주인공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CBS 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해 "한동훈 장관에게 정치적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혹시 나중에 별의 순간이 오지 않을까"라는 진중권 작가의 질문에 "한동훈 장관이 앞으로 장관 직책을 수행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눈에 비치느냐에 따라서 본인도 별의 순간을 잡을 수도 있다"고 긍정적인 답을 냈다.
'별의 순간'이란 '킹메이커'로 이름난 김 전 위원장이 대권주자에게 남기는 수식어 중 하나다. 지난해엔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고,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에는 "2011년 별의 순간을 놓쳤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별의 순간' 언급은 진 작가의 질문을 통해서 나온 다소 유보적인 언급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외에도 한 장관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운 인물이라는 것이 한 장관 외에는 별로 없다. 나머지는 다 우리가 과거에 경험해 봤던 사람들"이라면서 "연혁으로 봐도 40대 장관이 딱 한 사람(한동훈)밖에 없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가장 신선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 이후 "황홀경에 빠져 있다"면서 "주변에서 안 된다고 조언할 참모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대통령의 말에 순응하는 사람만 있다"고 지적한 후 한 장관이 윤석열 정부 내의 '쓴소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극소수 인물 중 하나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듣기로는 한동훈 장관이 검사 시절에 수사하는 과정 속에서 상급자가 뭐라고 얘기를 해도 자기 소신에 거역된다면 전혀 그걸 수긍을 안 한다더라"면서 "그런 자세가 있다면 (윤 대통령이) 자기가 보기에 이렇게 하시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면 거기에 동의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한 장관에 대해 평가를 한 후 "어느 법조인이 나한테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얘기는 거역을 못할 거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 장관에 대해 "지나치게 검사 생활에 젖었던 걸 너무 강조를 하지 않아야 된다"면서 "이 정부가 제일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정치 상황을 자꾸 법률 잣대로 다루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 이후 '친문' 진영에서 나오는 '이재명 책임론'에 대해서 "너무나 잘못된 판단"이라고 단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권 경쟁하는 사람들이 혹시 이재명 후보가 당권을 잡으면 자기네들 입지가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식으로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과거 2012년에도 문재인 후보가 떨어지고 나니까 문재인 책임이라고 해서 난리를 치고 그 결과 당의 분란만 가져오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나올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당원들이 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향후 민주당의 방향에 대해 "정치개혁도 개혁이지만, 170석 가까이 되는 의석을 가지고 민생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엄청나게 많다"면서 "자기네들끼리 당 권력싸움만 하다 보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대표와 정진석 의원 간 충돌에 대해서는 어느 쪽 입장에도 서지 않았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에 대해 "왜 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본인이 결심해서 간 것이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고, 정 의원의 발언에는 "자기 의견을 제시한 거니까 그건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얘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에 대해서는 "공천제도를 바꿔서 공천을 혁신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건 선거가 다가와서 공천위가 구성되고 실질적으로 공천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아울러 혁신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의원과도 만났다면서 "혁신위를 제대로 할 거면 누구의 의견도 물어보지 말고 당신이 생각한 대로 소신껏 하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