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9개국에서 1,000명 넘는 감염자가 발생한 원숭이두창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공기 전파로 감염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호흡기 전파를 통한 대규모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주 홈페이지 여행 건강 안내문에 ‘여행자들은 원숭이두창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지침을 올렸다가 전날 갑자기 삭제했다.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CDC의 해명이다. 다만 CDC는 “원숭이두창이 확산하는 국가에서 환자의 가족이나 밀접 접촉자, 의료진은 마스크를 써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감염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천으로 만든 일반 마스크가 아닌, 침방울 차단이 가능한 외과용 마스크(덴털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원숭이두창은 주로 성관계나 물집, 체액, 오염된 침구 등을 통한 직접적인 신체ㆍ피부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CDC가 마스크 지침을 번복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특정인의 착용을 권한 것은, 바이러스가 적어도 단거리에서는 공기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NYT는 분석했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원숭이두창이 이미 풍토병으로 자리 잡은 나이지리아에서는 2017년 교도소에서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은 의료진 두 명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NYT는 “원숭이두창은 확진자나 동물과 밀접 접촉한 사람들에게 전파된 것으로 주로 보고됐지만, 간혹 공기 전염이 ‘유일한 원인’으로 설명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유사 감염병인 천연두 역시 공기를 통한 감염 케이스가 보고된 바 있다.
보건 전문가들 역시 공기 확산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메릴랜드대 바이러스 전문가 도널드 밀턴 박사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비말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니다 전염시킬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원숭이두창은 유럽과 북미 대륙뿐 아니라 호주와 남미, 서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CDC는 첫 발병 사례가 보고된 지난달 13일 이후 이날까지 기존 풍토병이 아닌 29개 국가에서 1,088명이 확진됐다고 집계했다. 지난달 29일 발표 당시(257명)보다 4배 넘게 늘어나는 등 무서운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의심 사례도 1,000건이 넘어 검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