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한테 개소리?” “내로남불”… 30대 당대표와 5선 중진 '막장' 싸움

입력
2022.06.08 18:3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친윤(윤석열)’계의 맏형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의 공개 설전이 사흘 연속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개소리”, “저격” 등의 거친 표현을 주고받았고, 6ㆍ1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오간 내밀한 내용을 공개하는 폭로전도 벌였다. 당초 이 대표의 혁신위원회 설치, 우크라이나행(行)을 두고 시작된 공방이 장기화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점점 진흙탕 싸움… 공개 난타전에 ‘공천 개입’ 폭로까지

두 사람은 8일 내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포문은 이 대표가 열었다. 그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지방선거 공천 당시)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의제기는 충남 공천에서 기초자격평가(PPAT) 점수에 미달한 사람을 비례대표에 넣어달라는 이야기였다”고 적었다. 충남 공주ㆍ부여ㆍ청양이 지역구인 정 부의장이 공천 과정에서 당 지도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정 부의장은 이로부터 7시간여 뒤 ‘맞불’ 폭로전에 나섰다. 그는 KBS 라디오에 출연해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이 대표가 ‘최재형 위원은 공관위원으로 꼭 선임을 해달라’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공천 혁신’을 명분 삼아 혁신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친(親)이준석계 최재형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앉혀 당대표 입지를 강화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것이다.

두 사람의 논쟁은 오후 들어 아예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정 부의장은 페이스북에 ‘정치 선배로서 한마디 적습니다’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대표를 향해 “새 정치 기수로 기대했던 그가 낡은 정치의 암수를 동원해 논점 흐리기, 덮어씌우기에 나섰다.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배웠느냐”, “정치 선배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 등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이 대표도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먼저 때린 다음에 흙탕물 만들고 ‘대표가 왜 반응하냐’ 이렇게 적반하장 하는 게 상습적 패턴”이라고 반박했다.

전면전까진 아니지만… ‘공천 개혁’ 혁신위는 뇌관

다만 이 같은 갈등이 이 대표와 친윤계 간의 전면전으로 확대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친윤계 의원들이 집단으로 행동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윤 대통령 최측근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와 정 부의장 간 설전과 관련 “평가하거나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전날 “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한 데 이어, 재차 갈등 진화에 나선 것이다. ‘윤핵관 중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나, 친윤 성향이 강한 김기현 의원 또한 침묵하고 있다.

물론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당장 ‘이준석표 혁신위’가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혁신위는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9일 귀국하면 이번 주 후반께 총 9명으로 인적 구성을 마치고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위원별로 1명씩 혁신위원을 추천키로 한 상태인데, 향후 혁신위원 면면이 공개되면 당내에서 이런저런 목소리가 쏟아질 공산이 크다. 이날 정 부의장이 최재형 혁신위원장과 천하람 혁신위원을 거론하며 “이준석 혁신위”라고 비판한 것이 향후 당내 갈등의 예고편인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오는 24일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윤리위원회를 앞둔 이 대표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당내 혁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위 활동 기간 내내 당이 시끄러울 것”이라고 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