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위기의 원인으로 팬덤정치가 첫손에 꼽히는 가운데 강성 지지층의 자제를 촉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친이재명계(친명) 김남국 의원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친문재인계(친문) 홍영표 의원의 지역 사무실 앞을 도배한 '대자보 테러'에 대해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재명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등 이 의원을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집중 공세의 타깃이 되고 있다. 김 의원이 개딸을 대신해 홍 의원에게 사과한 셈이다.
김 의원은 "이 의원을 사랑하고 응원해주시는 많은 지지자께 한없이 감사한 마음뿐이지만 이는 올바르지 않은 지지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잘 아시다시피 이 의원은 품이 넓은 따뜻한 사람"이라며 "우리 지지자들도 넓게, 더 따뜻하게 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이 의원은 강성 지지층의 팬덤정치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홍 의원의 인천 지역구 사무실 문과 바닥에 3m 길이의 대자보가 도배돼 논란이 됐다. "치매가 아닌지 걱정되고 중증 애정 결핍 증상이 심각한 것 같다" 등 홍 의원을 조롱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 안팎에선 홍 의원이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이 의원을 지지하는 개딸이 반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의원은 하루 동안 2,000통에 가까운 문자폭탄을 받고 있다고 공개했다.
홍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런 것을 말리고 비판해야 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잘한다'는 식으로 있다 보니 갈수록 더 심해진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14일 이 의원이 지지자들과 만나 "소위 '개딸' 현상은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을 겨냥한 셈이다. 이에 홍 의원은 "상당히 조직적이다"며 배후설을 제기했다.
의원뿐 아니라 지지자들도 친명계와 친문계로 갈려 상대를 조롱하거나 혐오하는 악순환의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세균계인 이원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혐오 발언인 '수박'과 '찢'을 부르짖는 정치 훌리건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의미로 친명계 지지층이 대선후보 경쟁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 측과 친문계를 비난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찢'은 반대로 이 의원의 '형수 욕설'에서 따온 것으로, 이 의원과 친명계 지지층을 비난할 때 쓰는 단어다.
김 의원의 주장은 당이 양분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물론 이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지지층의 과격한 행태가 당권 확보 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