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첫 손님은 우주 문턱 크게 낮출 '큐브위성'

입력
2022.06.13 15:30
2면
가볍고 수명 짧지만 경제성 무기로 최근 인기
미국선 기업이 큐브위성으로 자체 정보 수집
한국은 걸음마... 시장 잠재력 커서 관심 필요

15일 2차 발사되는 누리호 꼭대기에는 가짜 손님(위성 모사체)만 실렸던 1차 때와 달리, 진짜 손님들이 탄다. 발사체 가장 꼭대기 1등석 자리를 차지할 귀한 손님은 바로 국내 4개 대학들이 만든 큐브위성(Cubesat·초소형 위성)이다.

수백㎏에서 톤 단위인 대형 위성에 비교하면, 수㎏ 무게에 그치는 큐브위성은 전체적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큐브위성을 잘 활용하면 필요할 때마다 저마다의 특기를 지닌 위성을 적시에 싸게 발사할 수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를 우리 쪽으로 가깝게 끌어당길 큐브위성 시장은 한국에서도 막 열리는 참이다.


1999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큐브위성은 한 단위(1U)가 부피 10㎤, 무게 1.33㎏ 수준인 초소형 위성을 뜻한다. 교육 목적으로 제작된 초기에는 매우 단순한 구조였으나, 이제는 위치정보시스템(GPS)과 통신 안테나, 과학장비 등을 탑재하고 지구 저궤도에서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엄연한 위성이다. 2003년 첫 발사 이후 개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이달 1일까지 총 1,862기가 발사됐고, 2025년까지 2,500기 이상이 지구 궤도를 돌 것으로 예상된다.

저렴함 내세운 연결사회 '대세'

큐브위성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사람, 데이터, 사물이 모두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에서는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점점 더 많은 위성이 필요한데, 큐브위성은 수명이 짧은 대신 비용이 적게 들어 쉽게 만들어 쓰고 버릴 수 있다. 큐브위성 여러 개를 모아 운용할 경우 상당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어, 활용도 면에서도 대형 위성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누리호에 실리는 큐브위성 중 하나를 만드는 데 참여한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의 심한준 박사과정생은 "천리안2B호 같은 정지궤도 위성(위성 궤도 주기와 지구 자전 주기가 같아 항상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 위성)은 개발에 7~10년이 걸리는 데다 비용도 5,000억~7,000억 원에 달해 쉽사리 발사가 어렵다"면서 "그러나 큐브위성은 1~3년 내 3억~4억 원만 투입하면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1단 재활용이 가능한 발사체를 개발한 이후, 우주로 가는 비용은 확 줄었다. 최근에는 보잉이 사람을 우주로 싣고 갔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우주택시' 개발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 설립자 일론 머스크는 2, 3년 내 로켓 발사 비용이 현재의 6분의 1 수준으로 줄 것이라 전망했다. 스타트업, 학교, 심지어 필요시 개인도 위성을 제작해 쏘아올릴 수 있는 시대가 곧 오는 것이다.

속도 내는 미국, 한국은 이제 걸음마

장래성이 보이자 큐브위성 시장에는 벌써부터 큰돈이 몰린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드마켓츠 보고서에 따르면 큐브위성 시장 규모는 2020년 28억 달러에서 연평균 20.5% 성장률을 보여 2025년 71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엔 이미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이 여럿이다. 플래닛랩스는 2013년부터 큐브위성 200여 기를 띄워 지구 전 지역을 매일 촬영해 이미지를 판매하며, 스파이어글로벌은 큐브위성 100여 기로 전 세계 7만5,000척 선박을 추적한다. 민간 기업이 필요에 따라 큐브위성을 개발하고 띄워 활발히 활용하는 시대가 이미 열렸다.

한국서도 시장이 조금씩 움트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까지 큐브위성을 16번 쏘아올렸음에도, 교신부터 실제 운용까지 완벽하게 성공한 사례는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번에 누리호에 실려 날아가는 큐브위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부는 2031년까지 큐브위성 100여 기를 기업 주도로 발사할 예정이다. 내년 초엔 한국천문연구원이 도요샛(SNIPE)이라는 이름의 큐브위성 4대를 쏘아올린다. 아직 큐브위성을 개발할 수준의 기술을 가진 곳은 대학을 중심으로 20여 곳 남짓이지만, 한국은 정보기술(IT) 분야 강점을 바탕으로 큐브위성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향후 발사 비용이 더 떨어진다면 개인이 휴대폰처럼 흥미 삼아 하나씩 위성을 갖는 시대도 올 수 있다"며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이 뛰어든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서 미리 대비해 생태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