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곳인데도 비판이 신랄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충남 공주 치료감호소장)은 치료감호소의 현실에 대해, 의사가 부족해 정신과 치료의 기본인 '면담치료'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범 방지를 위한 범법 심신장애인 치료라는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여건이 안 돼 약만 주는 게 고작이다.
조 원장은 "환자를 여기에 오랫동안 가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장기간 격리되면 도리어 사회성이 떨어지고 출소 후 적응이 힘들어진다"며 지역사회 내에 촘촘한 정신보건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도심에서 차량으로 20여 분을 달리면 충남 공주 외곽의 산자락이 보인다. 그곳에 치료감호소가 있다. 국내 유일의 치료감호 집행기관이자, 정신건강의학과 단과 병원으로는 정원이 1,200병상에 달하는 국내 최대 정신 의료기관이다. 지난 2일 그곳을 찾아 조 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조 원장과의 일문일답.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을 소개해준다면.
"범죄를 행한 정신질환자를 치료해 재범을 예방하고, 국민 안전을 도모하는 병원이다. 정신질환 범죄의 재범을 확실히 예방할 방법은 치료밖에 없다.
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국가에서 치료해 주냐는 인식도 있지만, 환자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방위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다. 치료 환경과 인프라를 더 높여 질 좋은 치료가 이뤄져야 결과적으로 범법 환자들이 사회에 복귀해 적응하고, 일도 하면서 재범의 길에 빠지지 않고 사회 일원으로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
-의사 한 명이 봐야 할 환자 수가 너무 많다.
"원장으로 와서 보니, 의사 1명당 환자가 150명, 180명 이러더라. 정신건강복지법에 환자 60명당 의사 1명이라고 돼있는데, 법을 잘 지켜야 할 법무부가 도리어 어긴 것이다. 민간병원이면 환자를 내보냈겠지만, 여기선 치료가 안 된 수용자를 밖이나 교도소로 보낼 수는 없지 않나. 어쩔 수 없이 데리고는 있지만, 의사 인력 충원이 시급한 이유다."
※일부 의사 충원과 환자 퇴소가 이뤄져 올해 5월 '의사 1명당 환자 118명'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의사가 부족한데 치료가 잘될 수 있나.
"사실상 약물치료밖에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정신과 치료는 기본이 면담치료다. 환자와 꾸준히 관계를 맺으며, 이 사람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어야 제대로 치료가 되는데 180명 이렇게 환자를 봐서는 사람 얼굴도 기억 못 한다.
정신질환의 주요 특성이 병식(病識·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자각)이 없다는 거다. 스스로 치료하려고 하지 않아서 강제 치료를 하게 되는 거고, 환자가 병식만 생겨도 한 50%는 좋아졌다고 본다. 병식을 갖게 하려면 면담치료가 중요한데, 의사가 부족해서 쉽지 않다."
-선진국의 유사 기관은 의사가 훨씬 많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정신과 의사 수 자체가 현저히 부족해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해외 치료감호 담당 병원은 의사 1명당 환자 8명(일본) 등 많아도 환자가 20명 이내다. 국립법무병원은 범법 행위를 한 환자들이다 보니 아무리 못해도 1인당 30명 내로 맞춰야 제대로 된 치료가 된다고 보지만, 도리어 민간(60명)의 두세 배 규모 환자를 봐야 하니 쉽지 않다."
※현재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TO(정원)는 15명이나, 실 충원 인원은 올해 5월 기준 7명이다. 수용 정원이 1,200명이니, '의사 1명당 환자 30명'을 맞추려면 정신과 전문의가 적어도 40명은 돼야 하지만, TO는 그 절반도 안 되고, 실제 인원은 TO의 절반인 것이다.
-의사들이 잘 오지 않는 이유가 뭘까.
"민간에 비해 월급이 적은 문제가 있다. 월급만 생각하면 민간병원으로 가면 두 배, 세 배를 받는데 여기를 오겠나. 다만 저도 20년 이상 공무원 생활을 했지만 돌이켜보면, 월급 때문이 아니라 법정신의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자부심 때문에 일했다.
(의사 인력 충원을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세 개다. 임금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올려주고, 그다음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의료 기자재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학병원처럼 환자도 보고, 연구·학회 활동도 자유롭게 할 여건을 만들어야 오지 않겠나. 치료감호소를 떠난 뒤에도 이곳 소식을 많이 들었는데, 점점 폐쇄된 공간으로 변하고, 의사도 통제하고, 치료보다 감호에 치중한 면이 있어서 안타까웠다. 부임하고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다.
※조성남 원장은 치료감호소 설립 이듬해인 1988년 특수진료과장으로 부임, 병원의 기틀을 다진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이다. 1999년까지 12년간 이곳에서 일하다가, 2019년 원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의사 확충을 위해 어떤 점을 바꾸고 있나.
"병원 내 법정신의학연구소를 설치해, 연구·교육 기능을 활성화하고 의사들이 외부 인지도도 높이고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고 한다. 겸직도 허가되고, 임금체계도 개선해서 민간의 80%까지는 받을 수 있게끔 바꿔놨다. 환자들의 내과 검진과 연구를 위해 CT, MRI 등 기자재도 지난해 들여왔다. 의사들이 안 오는 이유가 있으니 해결하고, 우수한 인력이 서로 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의사 이외 다른 인력들은 충분한 상황인가.
"정신과 치료는 의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간호조무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재활치료사 등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이 의사와 함께 코워크(협동)하는 거다. 민간병원에 비해 전문요원이 많긴 하지만, 충분하진 않다. 팀 리더를 맡을 의사가 일단 부족하다.
병동마다 정신과 전문의 1명에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각 1명, 간호인력 15명 등 20명 정도의 스태프는 있어야 충실한 치료가 된다고 본다. 이번에 400병상을 증설하면서, 충원을 요청한 상태다. 법무부가 지원에 노력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 등 다른 부처에서도 협력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임상심리사와 사회복지사는 어떤 역할을 하나.
"증상 완화를 위해선 약물치료와 함께 정신치료와 재활치료, 직업훈련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치료를 위한 면담은 기본적으로 정신과 의사의 몫이긴 하지만, 임상심리사도 심리극, 작업치료 같은 소집단 치료를 실시한다.”
※이날 인터뷰 후 둘러본 병원 곳곳에는 심리극, 음악치료 등 정신재활치료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 수족관에 직접 자갈을 깔고, 수초를 심고, 물고기를 키우며 하는 ‘동물 매개치료’가 대표적이다. 담당 치료사는 "살아있는 수초나 물고기를 다루며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갖게 하고, 동물을 매개로 소통하며 대인관계 기술을 배우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사는 퇴원 이후 환자의 지지기반 마련을 위해 정신장애인 등록,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병원 연계 등의 역할을 한다. 평상시에는 사회기술 훈련도 담당한다. 환자들이 오랫동안 시설에서 지내다 보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무기력하거나 감정 표현이 잘 안 되는 등 사회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고 위축될 수 있다. 수감되는 동안 사회가 확 바뀌기 때문에 지하철 이용, 은행 ATM 사용 등 사회에 복귀한 후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기술을 배워야 한다."
-일반 교정시설처럼 직업훈련도 이뤄진다고 들었다.
"이곳의 특징 중 하나가 직업훈련이다. 우리나라 어느 민간 정신병원을 가도 직업훈련을 하는 곳은 없을 거다. 사회복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과·제빵, PC 정비 등 훈련이 이뤄진다. 가능하면, 취업 연계도 해준다. 물론 국가 자격증을 따는 게 쉽지 않지만 참여하면서 대인관계도 넓히고, 사회화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인력 충원 외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예산 중 인건비를 빼면 수용자 1명당 연간 의료비가 146만 원 정도다. 치료비라고 하면 약값만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의료장비도 필요하다. 정신질환은 트라우마로 인해 뇌에 변화가 생겨 나타나는 것인데, 면담이나 약, 재활치료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뇌에 자극을 줘서 치료하는 기기도 있다.
예산이 부족해, 우울증이나 난치성 정신장애 치료에 쓰이는 '경두개 자기자극(TMS)', 뉴로·바이오피드백 등 최신 기기들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겨우 한 대씩만 들여놨다. 하루에 한 10~20명 치료할 수 있다고 하면 1,200명(정원)이 한 대 갖고 되겠나.
출소 이후도 감안을 해야 한다.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국립법무병원이나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서 치료감호 가종료 환자(출소자)에 대한 무상 외래진료를 해준다. 꾸준한 약 복용이 중요한데, 먹는지 안 먹는지 확인이 어렵기 떄문에 주로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많이 쓴다. 1개월이나 3개월에 한 번 맞으면 되고, 효과도 더 좋다. 다만 먹는 약에 비해 비싸서 약제비도 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국립법무병원 내 지적장애·자폐 등 발달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에서 수용을 하는 게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있는데. 발달장애인 수용이 무책임하지는 않나.
"지적장애 자체를 호전시킬 방법은 없다. 사실 발달장애나 치매 환자는 회복이 되는 환자가 아니다. 장애에 수반되는 행동 문제 등을 약물로 컨트롤(조절)할 수는 있어도, 근본적 치료 효과는 없다. 그런 환자들은 이곳에 오더라도 어느 정도 안정되면 전문적으로 보호하고 돌볼 수 있는 시설에서 맡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전에도 법원 재판 중 자폐 환자에 대한 치료감호 처분 타당성이 문제가 됐는데, 우리에게 의견을 묻기에 ‘돌볼 시설이나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보내면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런데 결국엔 보내더라. 그러면서 법원이 ‘관련 시설·프로그램을 확충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물론 전문 작업치료사, 관련 프로그램 전문가 등 인적 지원만 된다면야 이곳에서 발달장애, 치매 환자를 위한 전문 병동을 운영하지 못할 이유도 없겠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반 간호사가 해당 환자들을 위한 간병, 돌봄까지 하다 보니 정작 다른 환자들을 돌볼 시간도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조현병,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환자가 국립법무병원 전체 수용자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지만, 발달장애(지적장애·자폐) 환자도 매년 8%대를 유지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등 환자가 제어가 안 되면 독방 수용 등 강압적인 방식의 접근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환자 상태를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있는데.
"국립법무병원은 보건복지부 인가를 받은 병원인 만큼 강압적 접근은 하지 않는다. 다만 전문의 진단과 처방, 프로토콜에 따라 환자의 자·타해 위험이 높아지면 환자 보호를 위해 격리하는 경우는 간혹 있을 수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에도 입원환자 50명당 보호실 1개를 두도록 시설 기준을 정하고 있다.
중요한 건 환자 당사자에게 항상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당시 격리를 하지 않았으면 크게 다칠 수 있었고, 왜 강박할 수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게끔 설명하려고 한다. 그런 과정 없이 기계적으로 묶어두고, 때 되면 내보내는 식이면 의미가 없다."
-격리·강박을 최소화하고 인권 친화적으로 비강압적 치료를 지향하는 병원들도 있지 않나.
"제가 30년 전 호주 연수를 갔을 때 놀랐던 경험이 있다. 정신건강센터 옆에 그룹치료도 하고, 일도 할 수 있는 재활센터가 붙어있었는데, 그곳 환자 중 한 명이 재발이 돼서 입원해야 할 상황이었다. 근데 강제입원이 아니고, 직원 두 명이 센터로 와서는 이 사람을 붙잡고 2시간 동안 설득을 하더라. 결국 본인 동의를 얻고 입원시켰다.
우리나라 같으면 그냥 강제로 데려가서 강박했을 거다. 그런 비강압적 치료 환경이 되려면 결국 인적 자원이 풍부해야 하고, 자질이 우수한 사람들이 일을 해야 한다. 그게 공공의료 아니겠나."
-취재 중 만난 피치료감호자 중에는 폐암 발견 이후에야 퇴소한 경우가 있었다. 암처럼 정신질환 이외에 발병하는 질환에 대한 검진과 치료는 부족하지 않은지.
"환자들이 병원 내에서 치료가 곤란할 경우, 외부 병원으로 진료를 나가게 되고 장기입원 시에는 직원들이 동행한다. 사실 환자가 한 명만 나가 있어도, 한 10명의 직원이 매달리게 돼서 쉽지는 않다. 치료감호로 들어온 것이다 보니 (외부 통·입원 중에) 탈출하면 큰 문제가 된다.
정기검진을 6개월마다 연 2회 실시한다. 지난해 CT, MRI가 들어와서 그나마 빨리 발견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그전엔 발견해 내기도 쉽지가 않았고 안에서 치료한다고 하다가 곪아 터져서 응급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이곳이 정신 의료기관이긴 해도, 준종합병원 수준의 기본 의료 인력은 갖춰야 된다고 본다."
-형량에 비해 장기간 수용이 이뤄진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사실 이곳은 법원이 선고한 형량과는 전혀 상관없는 기관이다. 교도소가 아니지 않나. 15년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치료를 하라는 거지, 15년을 다 채우라는 게 아니다. 병원 입장에서도 형량이 지났는데 무리하게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다. 못 내보내는 건 치료가 안 됐거나 나가면 위험한 경우다.
환자를 오랫동안 여기 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만성·중증 정신질환은 '완치'가 아니라 '관리' 개념이 맞다. 어느 정도 증상이 안정되고 사회화가 되면 외래 치료로 바꾸고, 그러다 다시 증상이 악화하면 입원치료를 하며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사회 내 정신보건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지, 오랫동안 격리만 되면 도리어 사회성이 떨어지고 출소 후 적응이 힘들어진다."
-퇴소하는 모든 환자들에 대해 복지 서비스나 병원·시설 연계를 해주긴 쉽지 않은 상황인가. 출소 후 돌볼 보호자가 없어 못 나가는 경우들이 있는데.
"어렵다. 우선 (사회복지) 인력이 한정돼있고, 환자들 연고지는 전국에 퍼져 있다. 출소 시 가족이 적극적으로 환자를 받겠다고 하는 경우도 극히 일부다. 체감상 20%가 채 안 될 거다. 나머지는 도리어 인수를 거부하거나 방치하는 경우다.
가족 지지기반이 미약한 환자들은 사회사업실 팀의 사회복지사들이 입원치료할 병원을 연계해 주거나, 정신장애인·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돕는 등 자립 지원까지 돕고 있다. 하지만 사회사업실도 인원이 적어서 굉장히 힘들다."
※국립법무병원 내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는 6명이다.
-퇴소하는 환자들을 인계할 만한 병원·시설을 찾기 어렵나.
"민간 정신병원도 범법 환자라는 이유로 입원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걸 일일이 설득해 내 환자를 받아줄 곳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와 법무부가 일종의 환자 연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 같고, 지역마다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사례 관리를 해줘야 한다.
복지부 산하의 5개 국립정신병원에 사법 병동을 하나씩 세워서 여기에 있던 환자가 안정화되면 이송하고, 또 지역사회로 돌아간 후에도 계속 사례 관리가 이뤄지면서 치료가 중단되지 않게끔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정신건강센터도 인원·월급 적게 주고,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서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어려움이 있다는 건 알지만, (범법 정신질환자 사례 관리도) 지역사회에서 당연히 해줘야 하는 일이다. 복지부 산하 5개 국립정신병원에서도 범법 환자를 받길 꺼리는데,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걸 맡는 게 공공병원 역할 아닐까. 아쉬운 부분이다."
-국립법무병원에는 만성화된 환자가 오는 경우가 많은데, 애초 만성 상태에 이르지 않고 발병 초기에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일단 중요하다. 거부감, 낙인이 과거에 비해선 좀 줄었다지만, 여전히 꺼리는 인식 때문에 조기 치료가 어렵다. 정신질환 발병 이후 첫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길다.”
※국내 초발 정신질환자의 미치료 기간(DUP) 평균은 80.8주(약 1.6년)로, 이탈리아 26주, 호주 35.2주, 영국 44.6주, 미국 45.6주 등 선진국에 비해 현격히 길다. ('지역사회 거주 조현병 범주 장애 환자의 정신증 미치료 기간 관련 요인’연구, 2020). 발병 후 첫 치료까지 1년 반 넘게 걸렸다는 소리다.
“아울러 정신건강센터에서 1차적으로 조기 정신증 환자의 발굴, 관리가 돼야 한다. 현재는 만성 환자 관리에 치중돼 조기 발견이 잘 안 된다. 지역사회에도 정신건강, 트라우마와 관련해 가족상담센터, 해바라기센터 등 여러 곳이 있다. 이런 센터들 간에도 네트워킹이 잘 돼서 한쪽에서 발견된 문제를 재빨리 정신건강센터로 연결해서 적시에 치료와 지원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향후 국립법무병원이 나가야 할 방향은.
“장기적으로 법정신의학 분야에서 진료·교육·연구가 다 가능한 허브가 돼야 한다고 본다. 일반 교정 시설에도 정신질환 수용자가 4,700여 명이나 되는데, 여기보다도 치료 여건이 훨씬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큰 틀에서 인력과 예산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의사나 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교정공무원·보호관찰관 등 범법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사회화, 재범 방지를 위해 일하는 전문 인력들을 교육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6월 중순에도 법정신의학연구소에서 대전·충청권에서 일하는 보호관찰관 25명을 대상으로 이틀간 직원 전문성 향상을 위한 첫 연수교육을 실시했다. 교도소에서 일하는 교정직 공무원이나, 출소 후를 담당하는 보호관찰관이 정신질환 환자들을 관리·감독하려면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겠나. 그러한 지식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곳은 국립법무병원 이곳뿐이다."
◆치료감호의 눈물
<1>프롤로그: 기자가 마주한 비극
<2>발달장애도 ‘치료’가 되나요
<3>치료받지 못하는 치료감호소
<4>최장 15년, 언제까지 가두나
<5>치료감호 수장이 전하는 현실
<6>출소 후 공백, 누가 채우나
<7>처음부터 방치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