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의 철도박물관은 추억을 선사하고 동심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수도권 전철 1호선 의왕역 2번 출구로 나와 10분가량 걷거나, 시내버스로 갈아탄 후 한국교통대학교 정류소에 내리면 바로 갈 수 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반나절 여행지로 딱 좋은 곳이다.
철도박물관의 역사는 의외로 길다. 1935년 10월 1일 서울 용산에 개관한 후 한국전쟁으로 문을 닫았다가, 1988년 1월 지금의 의왕시 월암동에 신축 개관했다. 서울역에서 운영하던 전시관도 2004년 이곳으로 통합했다. 실제 열차에서부터 모형에 이르기까지 무려 1만2,590점의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다. 말 그대로 철도에 관한 모든 것을 모아놓은 곳이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실내전시관에는 대한민국의 철도 역사가 망라돼 있다. 1층 중앙홀로 들어서면 경인철도 기공식 사진과 증기기관차가 관람객을 맞는다. 1930년 5월 10일 국내 지형 조건에 맞도록 설계·제작한 파시1형 증기기관차를 5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이다.
역사실은 대한민국 철도 역사를 시간에 따라 정리해 놓았다. 1894년 6월 28일(음력) 갑오개혁 때 의정부 공무아문에 철도국을 설치한 것부터 1899년 9월 18일 대한제국 최초의 기찻길인 노량진~인천 간 경인철도 부분 개통, 경부선 경의선 경원선 호남선에 이어 고속철도 개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훑는다.
차량실에서는 1899년 등장한 국내 최초의 증기기관차(모가형)를 비롯해 고속열차(KTX), 시속 430㎞로 달릴 수 있는 차세대 고속철도 ‘해무’ 차량 모형을 볼 수 있다. 김황중 작가의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동판도 눈길을 끈다. 전기실은 1900년 7월 남대문역을 시작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철도전기 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옛날 기차를 탈 때마다 봤던 다양한 물품을 소개하는 수송서비스실도 흥미롭다. 승차권에 날짜를 찍는 일부기, 안내 직원이 승차권에 표시하던 개표가위, 승무원이 승차권을 검사할 때 쓰던 검표가위 등이 기차여행의 추억을 소환한다.
야외전시장은 실제 운행했던 기차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최근까지의 기관차, 동차, 객차, 화차, 특수차 등 철도차량뿐만 아니라 보수설비와 교량 상판 구조물까지 전시하고 있다. 그중 보존 가치를 인정받은 10건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파시5형 증기기관차 23호, 혀기11형 증기기관차 13호, 미카3형 증기기관차 161호 등은 관람객을 100여년 전 과거로 안내한다. 내부 구조 및 작동 원리를 보여주기 위해 절반으로 자른 증기기관차, 단거리를 운행했던 디젤전기기관차, 1976년 제작해 청량리~북평(현 동해) 구간을 운행한 우등형전기동차도 전시돼 있다. 그 외에 디젤동차, 업무용 동차, 1974년 수도권 전철 개통과 함께 등장한 전동차, 협궤노선인 수인선과 수려선의 디젤동차도 흥미롭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대통령 전용 디젤전기동차다. 1969년부터 2001년까지 역대 대통령이 지역을 순방할 때 운영한 특수차량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이용했다. 내부에 대통령 집무실, 침실, 주방, 수행원실 등을 갖추고 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주한유엔군사령관 전용객차가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통일호와 비둘기호 등 승객을 실어 나르는 객차 외에 협궤 유개화차와 무개화차, 선로 보수를 위한 특수차량 등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차량도 전시하고 있다.
일부 차량은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 관람도 가능해 객실에서 기차여행의 낭만을 맛볼 수 있다. 2021년 중앙선과 강릉선에 투입된 KTX-이음 실물 모형은 객실과 운전실을 관람할 수 있어 인기 만점이다. 운전체험실(500원)에서는 실제 기관사처럼 기기를 조작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