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차트보다 멜론 '톱100' 차트에 진입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최근 아이돌 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야기다.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인 멜론 '톱100' 차트인이 과거 '꿈의 무대'로 여겨지던 빌보드 차트인 보다 어렵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K팝이 글로벌 음악 시장을 무대로 몸집을 불린 가운데 이제 국내 아이돌 그룹들이 컴백과 동시에 미국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사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데뷔와 동시에 빌보드 차트 진입에 성공하는 팀들도 상당수다.
물론 빌보드 메인 차트로 꼽히는 '빌보드200'과 '핫100'의 경우 국내에서도 '톱' 급으로 불리는 일부 아이돌 그룹들만이 이름을 올려 왔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빌보드 산하 차트에 K팝 아이돌 그룹들이 다수 이름을 올리며 선전 중이라는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멜론 차트에서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미 대중적인 인기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몇몇 그룹을 제외하곤 발매와 동시에 차트인에 성공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과거 멜론 차트가 지금의 방식으로 개편되기 전까지만 해도 다수의 아이돌 그룹들이 새 앨범 발매와 동시에 차트인은 물론 상위권 등극까지 거뜬하게 해냈던 것을 생각하면 확연한 변화다.
일례로 르세라핌은 지난달 29일 멜론 일간 '톱100' 차트 10위에 이름을 올린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르세라핌의 이번 기록은 멜론 일간 차트 기준 올해 발표된 걸그룹 데뷔곡 성적 중 최고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적지 않은 걸그룹들이 데뷔했고, 그 중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는 그룹들도 상당수 존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멜론 '톱100' 10위에 이토록 큰 의미를 부여한 이유가 납득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데뷔 전부터 꽤나 두터운 팬덤을 모으며 큰 화제성을 모았던 르세라핌 역시 지난달 2일 데뷔 이후 한 달간 꾸준한 순위 상승을 통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이들이 빌보드를 비롯해 일본 오리콘 차트 등에서는 일찌감치 차트인에 성공(오리콘의 경우 주간 합산 앨범 랭킹 1위를 기록했다.)해 일련의 성과를 거뒀다는 사실은 높아진 멜론 '톱100'의 벽을 체감하게 만든다.
이처럼 아이돌들이 멜론 차트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멜론의 '톱100' 집계 방식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재 멜론의 메인 차트인 '톱100' 차트의 집계는 최근 24시간 동안의 이용량 50%와 최근 1시간의 이용량 50%를 합산해 이루어진다. 이용량은 스트리밍 40%와 다운로드 60%(차트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이용자가 오전 1시부터 7시 사이에는 최근 24시간 이용량을 100% 반영)를 기준으로 집계되며 순위는 매 시간 업데이트 되는 방식이다.
앞서 멜론이 사재기 논란 등을 근절하기 위해 도입했던 '24Hits'에 비해서는 대중성의 지표가 되는 '최근 24시간 이용량'의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꽤나 높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시스템이 팬덤의 화력이 곧 음원 차트 순위를 견인하는 원동력인 아이돌 그룹의 차트인 고전에 일정 수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또 다른 이유는 아이돌 그룹이 갖고 있는 대중성의 한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철저하게 팬덤 위주로 향유되는 경향이 짙었던 아이돌 그룹의 음악은 최근 음악적 스펙트럼 확대, 멤버들의 역량 강화 등을 거치며 보다 많은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팬덤을 주 타깃으로 하는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모든 아이돌 그룹이 높은 대중성을 확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대중성이 차트인의 핵심이 되는 멜론 '톱100'에서 아이돌 그룹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이야기다. 차트인과 동시에 정상 탈환, 차트 장기 집권 등은 방탄소년단 빅뱅 등 일정 수준 이상의 대중성과 화제성을 갖춘 소수의 그룹에게나 가능한 일이 된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아이돌 그룹의 곡들이 무조건 멜론 '톱100'에서 맥을 추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7일 멜론 일간 '톱100' 차트를 보면 (여자)아이들 '톰보이'와 아이브 '러브 다이브'는 각각 2,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외에도 르세라핌 레드벨벳 에스파 세븐틴 등이 3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며 선전 중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중 상당수가 '신인'으로 불리는 그룹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한계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는 결국 모든 아이돌 그룹, 나아가 모든 가수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목표점을 시사한다. 이들이 치열한 '톱100' 경쟁을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좋은 노래'라는 것이다. 중독성은 물론 음악성과 실력까지 놓치지 않은 이들의 노래는 팬덤을 넘어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결국 팬덤을 잡은 아이돌들의 마지막 지향점은 '좋은 노래'에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