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34년 동안 일요일 낮에 이 외침을 시작으로 안방극장을 폭소로 들썩인 '국민 MC' 송해(송복희)가 8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송해 측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오늘 오전 화장실에서 쓰려지신 뒤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두셨다"고 말했다.
송해는 한국 방송 100년사에 가장 '흙냄새' 나는 광대였다
1955년 창공악극단 생활을 시작한 송해는 방송인, 희극인, 가수로 정겨운 입담과 소탈한 모습, 구수한 노래로 반세기 넘게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역사가 된 서민 방송의 시작엔 늘 그가 있었다. 교통방송의 효시라 볼 수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1962)를 포함해 MBC 개국과 동시에 시작한 '웃으면 복이 와요'(1969),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 '싱글벙글쇼'(1973)의 초대 MC가 바로 송해였다.
1970년대 구봉서 배삼룡 등과 희극인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 송해는 KBS1 '전국노래자랑'으로 서민의 삶을 더 깊숙이 횡단했다. 1988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평양 모란봉공원과 지구 정반대편 파라과이를 비롯해 전국 곳곳과 해외까지 유랑하며 넉살 좋은 입담으로 한바탕 축제를 열었다. 환갑에 '전국노래자랑' 마이크를 처음 잡은 노(老) 방송인은 나이와 권위도 다 벗어던지고 촌스런 무대에서 남녀노소와 어울렸다. 출연자는 물론이고 시청자는 그 모습에서 탈권위의 해방감을 느꼈다. 송해는 진정한 '딴따라'였다.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를 쓴 오민석 단국대 교수는 "대중은 격의 없이 송해의 근엄한 몸을 횡단하면서 귄위를 해체하는 상상적 쾌락을 맛봤다"며 "그 결과 송해의 '전국노래자랑' 무대는 체면과 가식에서 벗어난 서민적 웃음으로 가득 채워졌다"고 말했다. '전국노래자랑'을 연출한 김진홍 전 KBS 예능국장은 "송해는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진정한 시간 여행자였다"고 추억했다. 송해는 지친 대중을 오랫동안 보듬고 위로한 공을 인정 받아 2014년 은관문화훈장(2급)을 받았다. 5월엔 '전국노래자랑'으로 기네스 세계기록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송해는 1927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때 혈혈단신으로 부산으로 넘어왔다. 격동의 세월을 온 몸으로 견뎌 온 송해는 "'땡'과 '딩동댕' 중 뭐가 더 소중하냐고 하는데, '땡’을 받아보지 못하면 '딩동댕'의 정의를 모른다"고 말했다. 162㎝의 작은 거인은 늘 실패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고, 그런 송해의 모습은 시청자에 늘 큰 버팀목이 됐다. '국민 친구'였던 송해의 삶은 책,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졌고, 제2의 고향인 대구 달성군과 서울 종로구 낙원동엔 그의 이름을 딴 기념관과 거리가 각각 조성됐다.
"눈도 맞고 비도 맞고 앞만 보고 달려왔었네. 괜찮아 이만하면 괜찮아, 내 인생 딩동댕이야"(송해 노래 '내 인생은 딩동댕'·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