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의혹 백운규, 법정 처음 출석해 '혐의 전면 부인'

입력
2022.06.07 22:21
대전지법 7일 오후 첫 공판 진행
검찰, 프레젠테이션 통해 공소사실 설명
백운규 측 "부당 목적 아닌 정책 실현 위한 것"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후 1년 만에 법정에 출석한 백운규(57)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이 1시간을 훌쩍 넘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올해 11월까지 운행될 예정이었던 월성원전 1호기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와 댓글 한 줄에 조기폐쇄 됐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자 백 전 장관 측은 '직권 남용이 아닌 정책 실현'이라고 맞섰다.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 박헌행)는 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장관과 채희봉(55)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61)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건 첫 공판을 진행했다.

백 전 장관 등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6월 기소된 이후 처음이다. 6번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공판이 처음 열렸기 때문이다.

백 전 장관은 채 사장과 공모해 한수원 측으로부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향을 부당하게 받아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로 기소됐다. 채 사장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반대하는 한수원 측에 조기 폐쇄와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정사장에게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과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1시간 30여분 동안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월성원전은 2012년 11월 수명 만료 예정이었지만 5,925억원을 들여 설비공사를 진행한 뒤 2022년 11월까지 수명이 늘었다. 또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계속 운전 허가를 받아 운용하다가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후 가동 중단으로 운영 결정이 바뀌었다. 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탈원전 정책이 포함됐고, 2017년 고리원전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월성 1호기의 조속한 폐쇄를 공표하며 가동 중단이 추진된 것이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안위 운영변경 허가가 가능한 2020년까지 가동한 뒤 중단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판단했고, 채 전 비서관과 백전 장관이 여기에 동의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2018년 4월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실에서 내부망에 월성1호기 부벽 철근 노출 관련 글을 등록하자 문 전 대통령이 "월성1호기 영구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을 남기자 월성원전의 운명이 급격히 바뀌었다.

댓글을 확인한 채 전 비서관이 산업부에 월성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는 보고서를 청와대로 제출하라고 2차례에 걸쳐 지시했다. 이들은 다만 기존 논의를 무시하고 청와대 요구대로 즉시 가동중단 취지로 보고할 경우 손해를 많이 감수해야한다고 판단, 한수원 측이 직접 원전 가동 중단을 의결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면 해당 원전은 운영 필요성이 낮아진다는 점을 활용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2018년 5월 3일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에선 계속 가동이 즉시 가동 중단보다 3,427억원 이익이라는 결과가 도출됐지만, 16일 뒤 내놓은 평가에선 이익이 164억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1kwh당 60.76원이던 단가를 51.52원, 85.1%이던 이용률을 60%로 하향 조정하고, 매년 1.9%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던 전기판매단가를 변수에서 제외한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 백운규는 월성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이 가동 중단보다 한수원에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정 사장에게 '월성1호기가 경제성이 없다는 논리로 즉시 가동 중단하라'고 지시하고, 지속적으로 한수원 업무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 전 장관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백 전 장관의 변호인은 “사해행위, 부당한 목적, 누군가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책 실현을 위한 것이었다”이라고 주장했다.

채 사장 측 변호인은 "당시 월성 원전 1호기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고 원전의 안전성, 지역수용성 등 중대한 문제가 명백한 이상 직권남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의 주장은 탈원전 정책이 위법하다는 것을 전제하거나 탈원전 정책 이행으로 작성된 탈원전 로드맵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과 피고인 측 의견을 모두 들은 뒤 다음달 5일 다음 재판을 진행키로 했다. 다음 재판에선 제출된 증거 목록을 확정하고 이에 대한 쌍방 의견을 확인할 예정이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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