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출마' 열어둔 이재명...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한다"

입력
2022.06.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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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출마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지만
친이재명계 "국민 여론 보고 출마 결정"
발달장애인 분향소 조문으로 의정 시작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자가 당대표 선거에 나서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당 일각의 지적과 달리 출마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 의원은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제가 국회 ‘0.5선 초선’(보궐선거 당선을 의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해야 될 일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의원회관에 들어선 이 의원은 자신의 사무실인 818호 앞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 40여 명을 보자 허리를 숙여 '90도 인사'를 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참패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가 있다는 질문에는 "국민들과 당원, 지지자 여러분의 의견을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열심히 듣고 있는 중"이라며 연신 자세를 낮췄다.

이재명계 "국민 여론 보고 전대 출마 여부 결정"

다만 지방선거 패배를 계기로 분출되고 있는 친이재명계와 반이재명계 간 갈등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대신 "이합집산을 하며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는 것으로 보여도 결국 국민들이 정치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국민과 당원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이재명계 의원은 이에 대해 "계파로 나뉜 민주당 의원들 간 갑론을박보다 당원과 일반 국민의 여론을 살펴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에도 공무원들이 반대하더라도 도민들이 원하는 일은 과감히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들의 요구를 앞세워 전당대회 출마에 좀더 무게를 둔 해석이다.

반면 수도권의 한 반이재명계 의원은 "이 의원이든 친문재인계이든 당대표 선거에 나올 경우 국민들에게는 민주당이 혁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 것"이라며 "이러한 우려가 이 의원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지만 본인의 출마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당초 공지했던 오전 9시보다 45분가량 늦게 의원회관에 도착했다. 그는 "시간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한데 수도권 서부지역 교통난 해소에 대대적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지자들은 의원회관 앞에서 이 의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이 의원이 모습을 보이자, 환호와 함께 꽃다발을 안겼다. 국회 정문 주변 담장과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부근에는 지지자들이 가져다 놓은 축하 화환이 수십 미터 늘어서 있었다.

지하철 4호선 발달장애인 참사 분향소 조문

이날 오후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이 의원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 명의로 '당선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난을 전달했다. 이 수석은 "자주 와서 인사를 드리겠다"고 하자, 이 의원은 "국정에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저희 입장에서도 나라가 잘 되자고 하는 얘기들이니 이견이 있는 것은 조정하며 '잘하기 경쟁'을 하는 게 모두에게 이롭지 않을까 싶다"고 화답했다.

이 의원은 이어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 마련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조문하고 장애인단체 활동가들과의 면담으로 의정 활동을 시작했다. 이 의원은 서울의 한 식당에서 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도운 의원들을 포함해 약 10명의 친이재명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고문은 "당 의원들과의 소통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택 기자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