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인사정보관리단장 박행열… 한동훈 그림자 벗어날까

입력
2022.06.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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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업무 개시…1호 검증대상 김창룡 후임 전망
권한 비대화·검찰 장악 우려…'非검찰' 단장 임명
담당관엔 이동균·이성도…인수위 파견검사 합류
인사추천·검증 檢 장악…법조계 "향후 운용 관건"

윤석열 정부 공직 후보자 인사검증을 전담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이 비(非)검찰 출신 초대 단장을 임명하면서 공식 출범했다. 정부는 '공룡 법무부' 논란을 의식해 인사혁신처 출신을 단장에 앉혔지만, 한동훈 장관 밑에서 일하기 때문에 논란을 잠재우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7일 관리단 초대 단장으로 박행열(50)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리더십개발부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관리단은 개정된 '공직 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대통령령) 및 시행규칙(법무부령)'이 이날 관보에 공포·시행됨에 따라 진용을 정비하고 본격 업무를 개시했다. 관리단은 독립적 활동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정부과천청사가 아니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별관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장을 보좌하며 공직 후보자에 관한 사회분야 정보를 수집·관리할 인사정보1담당관은 이동균(45) 전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장이 맡는다. 경제분야 정보를 수집·관리할 인사정보2담당관에는 이성도(48) 전 국무조정실 평가총괄과장이 낙점됐다. 이동균 담당관을 포함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됐던 김현우(44) 창원지검 부부장검사와 김주현(43) 법무부 정책기획단 검사까지 총 3명의 검사가 관리단에 합류한다.

박 단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중앙인사위원회와 중앙공무원교육원 등을 거쳐 인사혁신처 기획재정담당관과 인사혁신기획과장을 역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사행정전문가로서 공정하고 객관적 인사검증 업무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발탁 경위를 설명했다. 인수위 파견 검사들을 보임한 것을 두고는 "인수위 단계부터 검증을 계속해와 업무 연속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인사혁신처·교육부·국방부·국세청·경찰청·국가정보원·금융감독원 파견인력 13명도 배치됐다.

1호 검증대상은 김창룡 경찰청장 후임이 될 전망이다. 김 청장 임기가 내달 23일 만료되기 때문에, 이달 중순쯤 후임이 지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향후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인사검증까지 관리단이 맡게 될 경우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법무부에 공직자 신상정보가 집중돼 향후 수사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 상태다.

인사정보관리단 최종 관리자인 한동훈 장관, 인사 추천 단계에서 관여하는 복두규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인사정보관리단 검증 결과를 점검할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모두 검찰 출신에 윤 대통령 측근이란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법조계에선 박 단장 임명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보고 있다. 다만 비검찰 출신 단장 임명만으로 법무부 비대화 및 검찰 출신의 인사 장악 우려를 해소하긴 역부족이란 지적이 높다. 수도권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인사 추천·검증·점검을 하는 대통령실과 법무부 요직을 모두 검찰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어 단장 혼자 힘으로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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