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당선 후 첫 국회 출근길에 선거 패배 책임론에 대해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듣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명확히 선거 패배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발언은 없었고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공천은) 당과 당원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선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0.5선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전당대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민주당에서 이 의원마저 이렇게 얼버무린다면 과연 어떤 쇄신과 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 의원부터 명확히 책임을 인정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4선 우상호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결정했다. 계파 갈등을 조정하면서 선거 패인을 냉정히 분석하고 당 쇄신을 이끌어야 하지만 관리형을 자처한 우상호 비대위 체제가 얼마나 변화를 이뤄낼지 의문이다. 그 와중에도 친문계와 이재명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7일 “친문 의원들이 자기 반성을 해야 한다”면서도 “선거 전면에 나선 이재명 후보와 측근들이 스스로 반성하는 걸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과 송 전 대표 책임론을 제기한 홍영표 의원의 지역사무실에는 그를 비방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이런 진흙탕 싸움으로는 민주당이 달라질 게 없다. 이 의원부터 명분 없는 출마로 보궐선거를 ‘이재명 지키기’로 만든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팬덤을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친문계 또한 이 의원과 송 전 대표에게 책임을 전가해 빠져나갈 생각을 해선 안 된다. 대선 때 민주당은 1,600만 표 넘게 득표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선 그중 40%가 투표를 포기하거나 지지 후보를 바꿨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본 정치로 인해 당과 민심이 심각하게 괴리됐다. 이를 바꾸지 않으면 당의 지지기반은 점점 쪼그라들 것이다. 당권을 잡는 것은 우선 당을 살리고 난 뒤의 일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