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부장검사가 7일 내정됐다. 1999년 금감원 설립 이래 검사 출신 조직 수장을 맞이하기는 처음이다. 그는 검찰 재직 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수사한 적이 많아 '윤석열 키즈'로 불렸던 터라, 윤 대통령의 검찰 출신 편중 인사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내정자 임명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대통령실과 장·차관급에 검찰 출신 인사는 13명으로 늘었다.
이 내정자는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검사이자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다혈질 검사로 알려져 있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대선개입 사건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특수2부(현 반부패강력수사2부) 부부장검사, 검찰총장 시절에는 특수4부장, 경제범죄형사부장으로 중용됐다.
그는 '검수완박' 국면에서 현직 검사로는 처음 공개 반발하며 사의 표명을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당론 채택 이튿날인 4월 13일 검찰 내부망에 "권력층 수사는 사라져버릴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입장 표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가 검찰에서 옷을 벗은 지, 20일 만에 금감원장으로 직행하자, 검찰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수도권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혼자 멋있는 척 다하며 사직했는데, 결국 더 좋은 자리가 있어서 검찰을 떠난 것 아니겠느냐"며 "'검찰 공화국' 논란이 증폭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내정자의 금감원장 발탁으로 검찰 출신 요직 임명 기조는 더욱 심화됐다.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통령실에만 검찰 출신이 6명이다. 인사기획관에 복두규 대검 전 사무국장이, 인사비서관에 이원모 검사가 기용됐다. 법률비서관에는 주진우 전 부장검사가,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이시원 전 부장검사가 발탁됐다. 총무비서관 자리는 성비위 논란으로 질타를 받았던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이, 부속실장은 강의구 전 윤 검찰총장 비서관이 차지했다.
정부 부처 장·차관급 6자리도 이미 검찰 출신이 꿰찼다. 법무부에선 한동훈 장관은 물론, 이노공 차관도 윤 대통령과 근무 인연이 깊은 검찰 출신이다. 국가정보원 핵심 보직인 기획조정실장에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던 조상준 전 대검 형사부장이, 국무총리 비서실장에는 박성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이 기용됐다. 법제처장은 검찰총장 시절 징계 국면에서 윤 대통령을 변호했던 이완규 전 부천지청장이, 국가보훈처장은 검사 출신인 박민식 전 의원이 차지했다. 이 밖에 '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 수장 후보로도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카풀 인연'이 있는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거론되고 있다.
금현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조정과 감독 등 각 분야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를 형사사법 잣대로만 일해온 검사 출신이 도맡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