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이라도 더 저렴하게 팔기 위해 눈치 싸움하던 10년 전과 달리, 최근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들의 경쟁은 '멤버십' 영역에서 치열하게 불붙고 있다. 네이버·SSG닷컴 등이 뒤를 바짝 쫓고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는 1,000만 명 가까운 유료 회원을 앞세운 쿠팡이 철옹성처럼 선두를 지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10일부터 기존 와우 회원의 멤버십 가격을 기존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린다. 이번 정책의 적용을 받는 회원 수는 올해 1분기 기준 900만 명이 넘는다. 쿠팡으로서는 연간 2,000억 원 넘는 수익이 증가하는 셈이다.
그런데 72%에 달하는 꽤 높은 인상률에도 기존 회원들의 반발은 적은 편이다. 쿠팡은 올해 3월 기존 회원에 대한 멤버십 요금 인상을 발표했는데, 쿠팡에 따르면 이후로도 유료 회원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회원들이 쉽게 떠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쿠팡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 배송 경쟁력 때문이다.
현재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는 여러 e커머스 서비스 중 멤버십 가입만으로 모든 상품 배송비가 '0'이 되는 곳은 쿠팡이 유일하다. SSG닷컴 '스마일클럽(월 3,900원 또는 연 3만 원)'이나 마켓컬리 '컬리패스(월 4,500원)'의 경우 상품을 1만5,000원 이상 담아야 무료 배송이 적용된다. 11번가 '우주패스(월 4,900~9,900원)'는 미국 아마존 직구 상품에만 무료배송 정책이 적용되며, 국내 배송 상품은 별도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다.
제주도에 살면서 1,400원짜리 물티슈 하나를 사더라도 무료배송이 가능한 '쿠팡식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게 된 것은 그동안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쏟아낸 투자 덕분이다. 지난해만 해도 쿠팡은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약 140만㎡에 달하는 물류 인프라를 확보했는데, 이는 직전 2년 동안 쌓아온 인프라 규모를 뛰어넘는다. "국내 인구 70%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10㎞ 이내에 거주한다"는 쿠팡의 자신감이 900만 명이라는 유료 회원 숫자로 나타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e커머스 이용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상품을 찾아 여러 사이트를 비교했다면, 현재는 자신이 신뢰하는 e커머스 한 곳에서 전체 상품을 구매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일단 이용자를 서비스 안에 가두고 나면 웬만해서는 이탈하지 않고 꾸준히 구매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결국엔 회원을 많이 끌어모은 서비스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업체들은 쿠팡과 다른 지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적립금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검색에서 결제(네이버페이)로 이어지는 커머스 전체 생태계를 묶은 데 이어, CJ대한통운과의 협업으로 물류까지 손을 뻗고 있다. 이달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800만 명에 이른다. 지난달 멤버십 상품을 출시한 SSG닷컴의 경우 옥션, G마켓은 물론 스타벅스,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다양한 자회사를 한데 묶으며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배송에서 강점을 가진다면, 다른 업체들은 디지털 콘텐츠, 할인, 적립 등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앞으로 3, 4년이 유료 멤버십 경쟁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