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기다린 카타르발 발주 드디어 시작…대우조선, LNG선 4척 첫 계약

입력
2022.06.07 21:30
카타르 2년 전 국내 빅3와 100여 척 수주약정
"대우조선 시작으로 대규모 발주 이어질 듯"
"시장가보다 살짝 낮게 계약 체결했지만 수익 기대"

국내 빅3 조선사와 2년 전 100여 척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약정을 맺은 카타르가 마침내 발주를 시작했다. 업계에선 이번에 첫 정식 계약을 맺은 대우조선해양을 시작으로 카타르발(發) 수주 낭보가 이어질 거란 기대가 높다.


대우조선, 카타르 프로젝트 스타트 끊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에이치라인해운, 팬오션, SK해운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으로부터 17만4,000㎥급 LNG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고 7일 공시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0년 6월 1일 카타르 국영 에너지회사와 LNG운반선 100척 이상을 건조하기 위한 슬롯 예약 약정서(DOA)를 체결했다. DOA는 정식 건조 계약은 아니고 배를 만들기 위한 슬롯(도크)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 일종의 선박 예약이다.

DOA 이후 그동안 카타르의 선박 발주가 전무했는데, 최근 LNG운반선을 운항할 선사가 결정되면서 카타르는 국내 조선 3사와 LNG선 발주 가격을 두고 협상에 들어갔고, 대우조선이 카타르 프로젝트의 첫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카타르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도 가격 협상을 마무리해 정식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가 DOA 당시 2025년부터 차례로 선박을 인도받겠다고 한 점에 미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박 발주가 이뤄질 걸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업계가 2년을 기다린 카타르발 수주 잭팟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업계 "계약가격 최대한 이끌어 냈다"


그동안 업계에선 저가 수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DOA 체결 당시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당 가격을 대략 1억8,600만 달러로 정한 걸로 전해진다.

당시 시장가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 LNG운반선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찍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DOA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계약을 맺으면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이번에 수주한 LNG운반선 4척의 건조 금액은 1조734억 원으로 척당 가격은 2억1,500만 달러 수준이다. 최근 LNG 운반선 가격이 2억2,700만 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점을 고려하면 시장가보다는 다소 낮게(최대 150억 원) 계약한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본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시장가와 거의 비슷하게 계약한 만큼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타르는 2년 전 국내 조선3사에 각각 최대 40여 척의 건조를 맡기기로 했다. 조선사로선 하나의 선종을 대량으로 짓는 거라 공사가 이어질수록 각종 비용이 빠져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내 업계에 최대한 유리하게 가격 협상을 이끌어 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예상보다 카타르의 선박 발주가 1년가량 지연돼 실제 발주 규모는 DOA 당시 예고한 것보다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