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체와 게이머들이 모바일을 기반으로 제작돼 PC로도 출시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에 대해 "과금유도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당초 '페이 투 윈(유료 상품을 사용해서 얻는 게임 능력상의 이점이 존재함)' 과금 모델은 채택하지 않겠다던 제작사 측의 호언장담이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잡지 포브스의 게임 칼럼니스트 폴 타시는 지난 5일 "디아블로 이모탈의 과금에 대한 반발은 디아블로라는 북미 게임 타이틀에 아시아식 가챠(확률형 아이템) 게임 모델을 도입한 데 대한 반발"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중국 게임과 비교해 봐도 과금의 도가 지나쳤다"고 주장했다.
타시는 디아블로 이모탈에서 게임 캐릭터의 성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인 '전설 보석'의 획득이 유료 구매가 아니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전설 보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균열'이라는 별도 스테이지의 최종 보스를 공략해야 한다. 그런데 유료 아이템인 '전설 문장'을 쓰고 균열에 입장했을 때 전설 보석을 획득할 확률이, 무료로 입장했을 때에 비해 확연히 높은 상황이다.
실제 영상 플랫폼 유튜브와 트위치 등에서 활동하는 인터넷 방송인 '아스몬골드'는 지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료 플레이 대 과금 플레이"라는 영상을 올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무료 균열과 유료 균열의 보스를 각각 잡았을 때 떨어지는 아이템 보상을 비교한 영상인데 눈으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격차가 심했던 것이다.
역시 블리자드 게임을 집중적으로 다뤄 온 유튜브 채널 '벨룰러 게이밍'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의 한 게시물에 올라온 계산을 인용해 "모든 전설 보석을 완전히 갖추는 데 11만 달러(약 1억3,500만 원)가 소요되며, 동일한 수준의 아이템을 무료로 얻으려면 최소 10년은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유튜브가 인용한 게시물에서는 확률 시스템의 조정 등으로 인해 현재는 비용이 다소 낮아져 최소 5만 달러(약 6,000만 원)를 써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히고 있다.
타시는 디아블로 이모탈에 비교할 만한 게임으로 중국 제작사 미호요의 '원신'을 제시했다. 그는 "원신은 판매 모델로 가챠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유료 구매를 하는 것이 게임을 하는 데 필수는 아니고, 유료 뽑기와 동일한 '뽑기' 기회를 무료 게이머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타시는 "디아블로 이모탈은 무료 게이머들의 능력 향상을 지나치게 크게 제약하고 있다"면서 "모바일 게임의 과금 형식을 인정하더라도, 디아블로 이모탈보다 훨씬 더 모범적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30억 달러를 버는 게임(원신)에서 배울 점이 더 많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디렉터 와이엇 쳉이 직접 SNS에 등장했다. 그는 "몇몇 오정보가 있다. 분명한 것은 장비를 유료로 팔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벨룰러' 채널의 진행자 마이클은 이에 대해 "장비 자체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이지만 장비에 낄 수 있는 보석을 고려하면 사실상 유료로 판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라면서 "이거야말로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동안 한국, 일본, 중국 등지의 모바일 게임은 게임 시작 자체는 무료로 할 수 있지만, 능력을 강화하는 확률형 아이템을 팔아 대량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을 상당 기간 채택해 왔다. 반면 '페이 투 윈'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북미의 경우, 특히 '디아블로' 같은 유명 게임에서 이런 방식은 일종의 '금기'였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블리자드가 중국 개발사 넷이즈와 공동개발하면서 이 금기를 깼기 때문에 더욱 파급력이 컸다.
모바일 확률 아이템에 어느 정도 익숙한 한국 게이머들의 반응은 자연히 북미보다 격하지 않다. 한 국내 게이머는 "과금을 하지 않는다고 게임을 못 할 것은 없고, 게임 자체는 훌륭한 편"이라면서도 "무과금이 과금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게임에서 기본적인 이야기 흐름을 완료하고 나면 남는 것(최종 콘텐츠)은 게이머들 사이의 경쟁인데, 여기서 이기려면 결국 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북미 이용자들 역시 게임의 품질이 모바일 게임 가운데 상급이라는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문제 제기는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도 '붉은 셔츠 남자'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게임 인플루언서 이언 베이츠는 "게임 자체는 무료로 끝까지 즐기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면서 "단 당신이 더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는 등의 '최종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거나, 소액 결제 유도에 쉽게 넘어가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다른 게임을 하길 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