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지 않는 '치료명령' 효과 확인..."경찰 입건단계부터 적용해야"

입력
2022.06.23 01:00
[치료감호의 눈물]
초기 단계 개입 이뤄져야
사회적 위험 줄일 수 있어

행인을 때리는 등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도 국립법무병원(충남 공주 치료감호소)에 수년간 갇히는 문제가 발생하는 게 현행 치료감호 제도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사회에 머무르면서 일종의 통원치료를 받는 '치료명령'이 2016년 12월 도입됐다.

법원이 직권으로 결정하는 치료명령은 도입 첫해인 2016년 5건에서 2018년 867건, 2020년 1,419건(범죄예방정책 통계분석·법무부)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 건수(검찰연감)는 2009년 350건에서 2019년 184건, 2021년 78건으로 줄었다. 치료감호 청구는 검찰이 청구해서 법원이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치료명령이 내려지면 관할 보호관찰소에서 치료기관, 치료 방법·내용 등 계획을 수립하고 치료명령 전담 보호관찰관이 치료명령 대상자가 치료를 성실히 이수하는지 확인한다. 약물 복용 여부도 수시로 살핀다. 치료 비용은 자비가 원칙이나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등은 국가에서 부담한다.

치료명령의 효과는 확인되고 있다. 박기쁨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공개한 '형사재판에서의 회복적·치료적 사법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치료명령 판결 선고 후 3년 내 재범률은 47.1%(약식기소 범죄 포함)로 정신장애 범죄자의 재범률(65.3%·2018년 기준)보다 상당히 낮았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상담·치료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범죄가 경미해 재판에 넘길 정도는 아니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보호관찰관 감독하에 지정 기관에서 6개월간 치료받게 하는 것이다. 조건을 어기면 기소된다. 다만 연간 처분 건수는 100~200건 안팎으로 활성화가 안 된 편이다.

정신질환 등의 범죄에는 국가의 개입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만큼, 아예 경찰 입건 단계부터 공적인 치료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범죄로 재판에 올 정도면 이미 생활 습관 등이 상당히 자리 잡은 상태"라면서 "범죄를 최초로 접하는 경찰 단계에서부터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치료감호 사건을 맡았던 국선 변호인도 "사전에 징후를 발견하는 게 국가 사회적인 비용을 현저하게 줄이는 좋은 방안"이라고 전했다.

이런 초기 단계의 적극적 개입이 있어야 사회적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경찰통계연보를 보면, 정신장애인 범죄자는 2005년 6,066명에서 2020년 9,019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범죄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0.3%에서 0.6%로 높아졌다. 정신질환자 범죄율(0.136%)이 전체 범죄율(3.93%)보다 월등히 낮기는 하지만 말이다.

법원 내부에서 치료명령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야 한다. 박 연구위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각 법원의 여러 형사재판 담당 판사 중 몇 명만이 치료명령 판결을 선고했다"라고 밝혔다. 치료감호심의위원을 지낸 한 판사도 "검사도 판사도 치료감호나 치료명령에 별로 관심이 없다"면서 "법률적으로 치열한 논의를 거치는 부분이 아니라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가욋일'로 받아들인다"라고 전했다.

치료명령은 법원이 형의 선고나 집행을 유예하는 조건으로 내리기 때문에, '엄벌주의'와의 조화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사회 전체적인 엄벌주의 분위기가 법원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일수록 심신장애를 이유로 보호관찰이나 치료명령을 내리는 요건이 까다로워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범법 정신장애인에게는 출소 후라도 일정 기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

◆치료감호의 눈물

<1>프롤로그: 기자가 마주한 비극

<2>발달장애도 ‘치료’가 되나요

<3>치료받지 못하는 치료감호소

<4>최장 15년, 언제까지 가두나

<5>치료감호 수장이 전하는 현실

<6>출소 후 공백, 누가 채우나

<7>처음부터 방치하지 않기를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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