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지난달 31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했다. 미국 내 '반(反)아시아 혐오범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BTS는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짧은 연설을 통해 혐오범죄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들은 '나와 다르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사를 갖고 있다. 오늘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미있는 존재로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한걸음이 되기 바란다'는 말로 혐오와 차별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잘 전달했다.
사실 미국 내 혐오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중요한 범죄였다. 미국은 1990년에 Hate Crime Act를 제정하였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데이터에 근거한 미국 내 혐오범죄 양상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이전에도 매년 7,000명 이상의 혐오범죄 피해자들이 있었다. 미국 내 혐오범죄는 인종과 종교 문제가 각각 60%와 20%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동기가 어떠했건 범죄 양상은 살인과 강간, 협박과 폭행, 기물파손이나 절도 등으로 다양하게 표출되었다. 가해자들은 백인이나 성인 남성, 특히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지역, 인구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지역의 젊은 성인 남성인 경우가 많았다. 피해자는 소수 인종, 종교나 성적소수자, 아이와 청소년이었고, 실업률과 경제적 불안정성 지표가 좋지 않은 지역 거주자였다. 결국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자였다.
가해자들의 혐오적 생각이 범죄 행위로 연결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필요하지도 않다. 특정 인종이나 민족적 집단이 사회 내 성장을 보이는 것에 분노하고, 때로는 나와 다른 집단이 나의 이웃의 가치와 안전을 위협한다는 생각에 공격하기도 하였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단순한 폭력과 괴롭힘을 주려고 소수집단을 무작위로 공격하기도 했다. 사회 악을 제거한다는 믿음으로 공격한 경우도 있다. 모습이야 다르지만 대부분의 혐오범죄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행해진다. 경제 지표가 나빠질 때 더욱 고개를 든다.
그러나 우리의 혐오범죄는 좀 다르다.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약칭 자유권 규약) 20조2항은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의 선동이 될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증오 표현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혐오적 표현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이 없다. 혐오범죄 자체에 대한 집계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선거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역시 이 부분을 손놓고 있다. 그 결과, 정치인들이 차별과 혐오의 선봉장이 되었다. 지난 1일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많은 후보들의 노골적인 차별과 혐오를 경험해야 했다. 혐오범죄 관련 법이 마련된 미국,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등의 나라였다면 선거 이전에 경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범죄 수준의 공약들이 넘쳐났다. 그들은 대놓고 "소수자를 차별하라"고 선동하였다. 여성, 성적소수자, 외국인, 난민, 청소년 그리고 동물에 대한 혐오를 내세워서 표를 받았다. 그 결과 누군가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던 그들 중 몇몇은 당선되었다. 차별과 혐오를 이용했던 그들이 혐오 표현을 규제하고 혐오범죄 근절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을까? 선거에서 차별과 혐오 발언이 금지되지 않는 한 우리의 혐오범죄 처벌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국내 정치는 혐오가 남발하는 상황에서 BTS는 남의 나라 전쟁에 파병을 나간 셈이다.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은 백악관이 아니라 용산이어야 했다. BTS를 초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착한 사람들이 혐오에 대해 말할 때 혐오는 숨는다'고 말했다. 차별과 혐오를 이용하여 당선된 우리 정치들인이 바이든이 말한 '착한 사람'이 아님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혐오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종식될 수 있을까? 미국보다 대한민국에 BTS가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