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8발 '무더기 발사' 다음 날인 6일 지대지 미사일 8발 발사로 응수했다. 북한 도발 수위에 딱 맞춰 한미 대응 공조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미는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위협하는 북한에 맞서 연합훈련 확대, 미 전략 자산 전개, 대북 제재 등 다양한 카드를 거론하며 '도발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한미가) 오전 4시 45분쯤부터 연합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8발을 동해상으로 사격했다"고 밝혔다. 전날 평양과 평남, 평북, 함남 일대에서 8발의 SRBM을 발사한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사격은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 10여 분 동안 여러 표적을 상정해 이뤄졌으며, 한국 측이 7발, 미국 측이 1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개발한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는 수백 개의 자탄을 분산시켜 축구장 4배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무기다. 길이 4m, 직경 600㎜로 사거리는 300여㎞, 속도는 마하3에 이른다. 전날 북한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방사포(KN-25)',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 남측 타격에 특화된 무기체계를 대거 징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에 비례하는 수준의 미사일을 꺼내 든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대응사격으로) 북한이 다수의 장소에서 미사일 도발을 하더라도 상시 감시태세를 유지하면서 도발원점과 지휘·지원세력에 대해 즉각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이날 사격은 특히 한미가 함께 실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달 25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RBM을 섞어 쐈을 때 한미 연합 대응사격이 이뤄졌던 것에 이어, SRBM만 발사한 전날 도발에도 같은 형식을 취한 것이다. 두 차례를 제외하면 북한의 무력 도발에 한미 연합 대응사격이 이뤄진 건 2017년 7월 북한의 ICBM급 '화성-14형' 발사 때가 마지막이었다. 한미는 북한의 ICBM 발사와 6차 핵실험 등이 이어지던 문재인 정부 초기엔 강경 자세를 취했지만, 이후 대화 국면이 시작되면서 군사 압박 강도를 낮췄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실험 위협이 점증하고, '도발엔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까지 출범하면서 양국 대응 방식도 바뀐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정부가 무엇보다 확장억제력 강화를 중시하는 만큼, 북한의 도발 수위에 맞춰 한미 대응 공조도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미군 전략자산 전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규모 확대' 등의 카드가 언제든 활용될 수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도 이날 미사일 실사격 훈련 소식을 전하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은 철통같다(ironclad)"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가로막힌 유엔 차원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를 대체할 외교적 압박 수단 역시 한미일 3국을 중심으로 논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