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내일부터 무기한 총파업"...물류대란 우려

입력
2022.06.06 15:04
오남준 화물연대안전운임추진위원장
유가 뛰어 월 300만원 손해인데 정부지원은 40만원 
"1년간 묵묵부답 정부...파업 직전 TF구성 제안"
달라진 정부 기조... 한덕수 "법과 원칙대로 조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연휴가 끝나는 7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치솟는 경윳값을 반영해 운임료를 30% 인상하고, 2020년 도입해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안전운임제를 추가로 연장해달라는 요구다. 물류대란 우려에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임TF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화물연대 측은 "일몰제 폐지가 우선"이라며 파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아 물류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남준 화물연대안전운임추진위원장(부위원장 겸직)은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총파업의 핵심 이유는 안전운임제"라며 "정부, 국회(관계자)를 만나 수도 없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얘기했는데 논의를 계속 미루면서 파업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안전운임제는 적정 수준의 수입을 보장하는 일종의 화물 운송 노동자 최저임금제다. 2018년 관련 법 제정 당시 화주·운수사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해 '2020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만 한시 시행'한다는 '일몰조항'이 포함됐다. 적용되는 차종·품목도 '특수자동차로 운송하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으로 한정돼 국내 화물차 42만여 대 중 2만6,000여 대만 적용받는다.

노조는 "화물노동자의 생존보장을 위해선 제도적으로 운임의 기준이 정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방위적인 물가상승 압력에 직면한 정부 입장에서는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다.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지난해 11월 하루짜리 총파업을 단행했다.


화물연대 "국토부, 언론 통해 'TF 제안'...진정성 의심"

총파업 우려에 국토부는 관련 TF를 만들어 사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오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게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언론을 통해서 TF를 진행할 예정이었다고 밝히고 있다"며 정부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오 위원장은 "화물연대가 작년부터 관계자 논의를 위한 토론회 등을 제안해왔는데 1년간 어떤 행동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일몰제 폐지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오 위원장은 "(국토부 관계자와) 2일에 만났는데 원론적인 입장만 이야기한다"면서 "정부는 국회에 떠넘기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국토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경유 가격 상승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책에도 노조원들의 불만이 크다. 오 위원장은 "경유가가 2,000원을 돌파하면서 대형 화물차의 경우 월 유류비가 300만 원 가까이 더 늘어났다"면서 "4월에 도입된 유가연동 보조금은 겨우 L당 30원, 월 10만 원에 불과했고, 6월부터 기준 선이 100원 내렸지만 그래 봤자 월 40만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는 '법와 원칙'을 강조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3일 국토부는 A4 용지 6쪽 분량의 참고자료를 내고 이번 총파업을 "뚜렷한 명분이 없고 소모적"이라고 비판했다. 한덕수 총리도 5일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비한 관계 장관회의에서 "법과 원칙대로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화물연대 모두 이날 오전까지 큰 입장 변화는 없는 상태다. 오 위원장은 "저희들은 언제나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면서도 "제도 후퇴 없이 일몰제 폐지를 논의한다는 국토부 약속과 입장 표명이 전제가 된다면 제도 발전방안 논의를 위해 TF참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내 사업용 화물차 중 화물연대 가입 비중은 5% 수준이다. 하지만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차 비중이 높아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자칫 '물류대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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