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추리 클럽 자축포 ‘손’ 들고 찰칵!

입력
2022.06.06 22:38
23면
축구대표팀, 칠레 친선전 2-0 승 
A매치 100경기 클럽 가입 손흥민 
브라질전 대패 설욕하듯 펄펄 날아 
종료 직전 그림같은 프리킥 추가골 
해외파 황희찬도 전반 선제골 활약 
벤투 감독 “지난 경기 문제점 보완”

브라질전 대패 이후 절치부심한 벤투호가 칠레(FIFA랭킹 28위)를 2-0으로 격파했다. 100번째 A매치에 출전한 손흥민(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로 축포를 쏘아 올렸다. 대전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여 명의 관중은 남다른 ‘클래스’를 보여준 그의 활약에 목청껏 “손흥민”을 외치며 환호했다.

한국 축구대표팀(29위)은 6일 대전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친선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선발 출전해 한국 대표팀 역대 16번째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손흥민은 브라질전 대패에 설욕이라도 하듯 펄펄 날았다. 상대 진영을 휘저으며 여러 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손흥민은 후반 19분 상대 골키퍼까지 제쳤지만 상대 수비수에 밀려 넘어져 아쉬움을 삼켰다. 1분 뒤에는 빠른 속도로 뒷공간을 파고든 뒤, 2대 1 패스를 통해 결정적인 찬스를 얻었으나 슛이 골문을 벗어났다.

아쉽게 경기가 끝나는 듯했지만 손흥민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후반 43분 황희찬(울버햄튼)이 손흥민과의 2대 1 패스 이후 박스 바로 바깥쪽에서 걸려 넘어지며 프리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오른발 감아치기로 결국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2010년 12월 30일 18세의 나이로 시리아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후 12년 동안 꾸준하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 100경기에서 32번째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역대 A매치 득점 4위 이동국·김재한(33골)을 1골 차로 추격했다.

지난 2일 브라질전에서 1-5 패배를 맞봤던 대표팀은 이날 라인업에 대폭 변화를 줬다. 손흥민을 원톱 스트라이커 자리로 올리면서 평소 손흥민이 맡던 왼쪽 자리에 황희찬을 배치했다. 2선 중앙에는 활동량이 뛰어난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선발 출전시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술은 적중했다. 황희찬은 경기 초반부터 묵직한 움직임을 보이며 공격을 주도했다. 선제골도 그의 발끝에서 터졌다. 전반 11분 정우영이 중앙에서 한 템포 빠른 패스를 연결했다. 칠레 수비진이 손흥민에 신경 쓰는 사이, 황희찬은 황소처럼 질주해 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우세는 후반에도 이어졌다. 후반 7분 정우영에게 무리한 태클을 한 이바카체가 옐로카드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주도권을 가져왔다.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브라질전에서 김민재의 빈자리를 왼발잡이 센터백 2명으로 메우려다가 낭패를 본 벤투 감독은 김영권(울산)과 이용(전북)을 빼고 정승현(김천), 김문환(전북)을 투입했다. 카타르 월드컵 남미예선 탈락 이후 젊은 선수들로 라인업을 짠 칠레는 만회골을 위해 압박을 이어갔지만 한국의 유기적 플레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벤투 대표팀 감독은 “합당한 승리였고, 지난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했다”며 “팀이 전반적으로 보여준 태도에 만족한다”고 경기 뒤 소감을 전했다.

칠레를 격파한 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파라과이를 상대로 친선전을 치른다.


대전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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