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州) 유밸디 롭초등학교 참사 등 총기 난사 충격이 가시지 않은 미국에서 주말에만 100건이 넘는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동부와 서부, 중부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벌어진 끔찍한 범행으로 열 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 연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이번 주말 사이 미 전역에서 133건의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이 가운데 ‘총기 난사’로 분류된 사건만 10건에 달한다. 이 단체는 총격범을 제외하고 4명 이상이 총탄에 맞은 사건을 총기 난사로 정의한다. 사망자만 3명에 달하는 총기 난사 사건도 3건이나 됐다.
필라델피아 경찰은 전날 밤 필라델피아 도심 유흥가에서 복수의 총격범이 군중을 향해 마구 총을 쏴 최소 3명이 숨지고 최소 1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20∼30대 연령으로 2명이 남성, 1명이 여성이다. 사건이 발생한 필라델피아 사우스스트리트는 술집과 식당 밀집 지역으로, 복수의 총격범들이 군중을 향해 총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범인은 체포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에서 반자동 권총 2정을 수거했다. 또 인근 상점들에 폐쇄회로(CC)TV 확인을 요청해 용의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 사건이 2개 그룹 사이의 충돌에서 비롯됐으며, 사용된 총기만 5정에 달한다고 밝혔다.
테네시주 채터누가의 한 나이트클럽 인근 도로에서도 5일 새벽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했다. 2명은 총상으로 1명은 현장을 피하던 중 차에 부딪혀 교통사고로 각각 목숨을 잃었고, 일부 피해자들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17명의 사상자 중 16명은 성인이며, 1명은 청소년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경찰은 총격범들이 피해자 일부를 겨냥해 저지른 사건으로 보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서 북서쪽으로 160㎞ 떨어진 미시간주 새기노에서도 이날 새벽 총격으로 3명이 사망했다. 남성 2명은 현장에서 즉사했고, 여성 1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남성 2명은 총격으로 다쳤다. 애리조나주 메사의 한 술집 밖에서도 이날 새벽 총격 사건이 발생해 남성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고 메사 경찰이 밝혔다. 부상자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직후 현장에서 급히 빠져나가던 자동차에 탄 3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에 앞서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토요일인 4일 오전 상점가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져 14세 소녀가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싸움 끝에 누군가 권총을 꺼내 군중을 향해 여러 발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주말에 벌어진 일련의 총격 사건들은 흑인들을 겨냥한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 총기 난사,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 4명을 숨지게 한 오클라호마주 병원 총격 직후에 벌어져 충격을 더했다. 최근 미국의 심각한 총기 폭력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일 생방송 연설에서 “미국의 너무나 많은 일상적인 곳들이 ‘킬링 필드(대학살 현장)’로 변하고 있다”며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GVA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총 245건에 이른다. 주말에만 10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한 필라델피아의 짐 케니 시장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계속되는 폭력을 우리나라의 삶의 방식으로 계속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총기 규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