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5일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직후 “한미 확장억제력과 연합방위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25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RBM ‘섞어 쏘기’ 도발 직후 또다시 비슷한 수준의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낸 것이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도 이날 공동으로 북한을 규탄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8분 북한의 첫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비공개 외부 봉사활동 일정을 취소한 뒤 오전 10시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해 상황을 점검했다.
5층 집무실에서 대기하던 윤 대통령은 지하벙커로 내려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리고 있던 NSC상임위원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올해만 약 9일에 한 번꼴로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며 “상시 대비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NSC를 직접 주재하진 않았다. 지난달 25일 ICBM과 SRBM 도발 때와 달리 대응 수위를 조절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 도발이 심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면서도 “늘 대통령이 주재하거나 그런 회의만 유지할 수 없으니 (오늘) 그 정도 수준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NSC는 김 안보실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국가안보실 김태효 1차장ㆍ신인호 2차장 등이 참석했다. 오전 10시 40분부터 80분가량 진행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강경 기조는 분명히 유지했다. '한미 확장억제력과 연합방위태세' 강화 메시지에 더해 윤 대통령은 NSC회의 종료 직후 페이스북에 “북한이 여러 지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한 것은 정부 임기 초 안보태세에 대한 시험이자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핵ㆍ미사일 위협으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하루빨리 깨닫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직접 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안보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상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실질적 조치를 이행하라"고 주문한 것과 같은 수준의 경고로 풀이된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 한미 양국의 북핵수석대표는 긴급 회동을 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이었다. 한미 북핵수석대표가 직접 만난 건 지난 3일 서울에서 진행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의 3자 협의 이후 이틀 만이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임을 지적하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일본 측 북핵 수석대표인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ㆍ대양주국장과도 전화로 연결해 북한 도발을 주제로 3자 간 협의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