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인 사기' 피해 30대가 최다...액수는 70대가 컸다

입력
2022.06.06 07:00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암호화폐 사기 보고서
2021∼2022년 1분기 1조2,500억 원 손실
2021년 손해액, 2018년 대비 60배가량 뛰어
사기 피해자 연령대는 주로 30∼40대

지난해 초부터 올해 1분기(1∼3월)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암호화폐 사기 피해가 최소 1조2,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피해자가 많은 연령대는 흔히 암호화폐 투자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30대였다. 반면 피해 액수로 보면 70대가 가장 컸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지난 3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 3월까지 최소 4만6,000명이 '암호화폐 사기'로 인해 피해를 당했다고 FTC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손실 액수는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이었고 중간값은 2,600달러(약 320만 원)였다.

이는 현실에서 암호화폐 사기 손실 규모가 10억 달러라는 뜻이 아니다. FTC에 직접 보고된 사기만을 통계로 낸 것이기 때문이다. FTC는 평균적으로 사기 피해자 4.8%만이 정부에 피해를 신고한다고 지적했다. 10억 달러란 수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FTC에 보고된 암호화폐 사기 손실액 규모만 해도 매년 상승세다. 2018년 한 해 동안 1,200만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2021년에는 6억8,000만 달러로 대략 60배가량 뛰었다. 2022년 들어서는 3월까지만 3억2,900만 달러로 지난해 절반을 육박하고 있다.

신고자를 연령대로 구분하면 20~49세가 50세 이상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연령을 표시한 전체 신고자 가운데 30대는 35%를 차지했고 40대가 33%, 50대가 28%, 20대가 23% 순이었다.

다만 사기로 손실을 입은 개개인의 손실액 중간값을 조사해 보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액수가 큰 것으로 나타난다. 70대의 손실액 중간값은 1만1,708달러로 나타났으며 60대가 8,500달러, 80세 이상이 8,100달러, 50대가 5,000달러 순이었다.


"빠르고 쉽게 막대한 수익" "부유한 연인에 매혹"


유형별로는 투자 사기의 규모가 총 피해액 5억7,500만 달러로 가장 컸다. 짧은 시간에 변동성이 심한 암호화폐의 특성을 활용해, "빠르고 쉽게 막대한 수익"을 약속한 후 '먹튀'하는 행태가 빈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암호화폐 업계나 커뮤니티에서는 '러그풀(rug pull)'이라고 불리는, 신규 화폐를 만들어 투자를 유도해 놓고 투자금을 들고 사라지는 유형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새롭게 떠오르는 사기 유형이 '로맨스 사기'다. 젊고 부유한 남성 또는 여성인 것처럼 접근해 피해자를 현혹한 후 특정 암호화폐 투자 혹은 전달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감염증 확산 시대에 심각해진 젊은이들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노린 것이다.

이외에 정부 기관이나 기업을 사칭해 돈을 암호화폐 형태로 안전하게 보관해 주겠다는 비교적 고전적인 방식의 금융사기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큰 수익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사람들은 사기꾼일 뿐이고, 특히 정부나 기업 등 법적 지위가 확실한 이들은 암호화폐의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또 '로맨스 사기'를 경계하며 "온라인 데이트를 투자조언과 뒤섞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인현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