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열흘간 활활 타오르며 축구장 2만5,800여 개와 맞먹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경북 울진 산불의 힘겨웠던 진화 과정이 영상으로 제작됐다.
5일 경북도에 따르면, 최근 경북소방본부는 지난 3월 울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현장 모습을 기록한 6분 49초짜리 영상 ‘색을 빼앗긴 마을 울진’을 공식 유튜브에 올렸다.
울진 산불은 지난 3월 4일 북면 한 야산에서 시작돼 213시간 후인 13일 진화됐다. 골짜기마다 성인 무릎 높이까지 차 오른 낙엽과 건조한 날씨, 거센 바람으로 불은 삽시간에 확산됐다. 불길이 워낙 빠르게 번져, 주민들은 몸만 겨우 빠져 나왔을 정도로 급박했다.
불은 한 시간 여 만에 첫 발화지점에서 동쪽으로 12㎞ 이상 떨어진 한울원자력발전소의 담장 안쪽까지 번졌고, 북쪽으로 강원 삼척까지 확산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까지 위협했다.
울진의 자랑거리였던 울창한 산림은 화재 진압에 큰 걸림돌이 됐다. 산세가 워낙 험준한데다 수목이 빽빽해 소방당국은 진화 작업에 애를 먹었다. 더구나 이 지역은 기름성분을 함유한 송진이 흘러나오는 소나무가 주요 수종이어서, 어렵게 불길을 잡아도 금세 다시 타올랐다.
울진 산불은 발화부터 진화까지 213시간이 걸렸다. 이 기간 진화를 위해 투입된 인력은 3만9,992명이고, 차량 2,927대와 헬기 683대도 동원됐다.
축구장 2만5,800개가 넘는 1만8,463㏊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주택 326동과 창고 171동, 축사 26동, 기타 85동 등 건축물 608동이 탔고, 42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영상 기록과 관련해 이철우 경북지사는 “갑작스런 재난으로 잿빛이 된 울진에 원래 색을 되찾기 위한 열흘간의 사투를 기록하기 위해 영상으로 제작했다”며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이겨냈던 순간과 국민 모두 힘을 모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영상에 담았다”고 말했다.